10월 아셈 겨냥 프로젝트 준비 2021년 78조원 규모 펀드로 시작, 민간투자 유도… 실패땐 보험 보전 中저리대출과는 다른 방식 지원… 유럽의 中경제 예속 방지 나서
EU가 ‘유라시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대상 지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중복된다는 평가들이 나오자 모게리니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모게리니 대표는 이날 “아시아는 인프라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고 성장이 가장 유망한 지역”이라면서 무역과 교통 루트를 새로 열어 유럽과 아시아의 협력 범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 펀드 규모는 2021년 600억 유로(약 78조6000억 원)로 시작해 2027년까지 3000억 유로(약 393조 원)로 늘릴 예정이다. EU는 저리 대출 방식이 아니라 프로젝트별로 민간 분야의 투자를 유도한 뒤 그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보험 형태로 보전해주는 지원 방식을 택했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일대일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유럽 국가들과의 정상회담 때마다 일대일로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중국이 유럽을 경제 속국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EU는 최근 중국이 중유럽과 동유럽을 집중 공략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중유럽과 동유럽 국가들과 ‘16+1 지역협의체’를 출범시킨 뒤 매년 만나 경협 방안을 논의해 오고 있다. 이 협의체에는 EU 회원국 11개국과 발칸반도 5개국이 포함돼 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 국가를 집중 공략하면서 EU 분열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헝가리는 인권 변호사들을 구금하고 고문하는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EU 공동성명서에 서명을 거부했다. 또한 그리스의 반대로 중국 인권 관련 EU 공동성명 발표가 무산되는 등 유럽 내 중국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모게리니 대표가 이날 “이번 프로젝트는 EU 스타일로 할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이며 규범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국은 일대일로 추진을 위해 관련국들에 저리 대출을 남발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이 차관 형태로 자본을 제공하고 이 자본은 시공사인 중국 업체에 대금으로 지급되는 형태다. EU는 불필요한 빚이 늘면서 회원국들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걱정한다. 처음에는 달콤하지만 결국 부채 폭탄이 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