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 주인공에 캐스팅된 배우 정유미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비난과 조롱의 댓글 수천 개로 도배됐다. “나오는 모든 프로그램을 보이콧하겠다” “(팬 없어질 테니) ‘스폰서’나 구해라” 등 비난 댓글에 정 씨를 옹호하는 댓글도 잇따르며 그의 SNS는 ‘성(性) 대결장’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소설의 영화화 반대’ 청원이 올라 있는 등 점점 과열되고 있다.
한국 여성이 겪는 성차별적이고 불합리한 일상을 묘사한 이 소설은 지난해 출간돼 90만 부 넘게 팔렸다. ‘여성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단순화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올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될 수 있었던 인식의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남성 일부는 이 소설이 ‘왜곡된 남녀평등관을 드러낸다’고 폄훼하면서 소설에 지지를 표한 여성들까지 손가락질했다. ‘소설을 읽었다’고 말한 여성 걸그룹 멤버는 SNS에 자신의 화보가 불태워지는 사진이 올라오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러더니 이제는 영화 주연을 맡는다는 이유로 배우에게 증오의 화살을 퍼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