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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석재판연구관이 수사받다니…” 한숨뿐인 대법관 간담회

입력 | 2018-09-13 03:00:00


11일 오후 4시 대법원 청사 11층 회의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차담회 형식의 긴급 간담회를 소집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김 대법원장이 김현석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전임 수석재판연구관이었던 유해용 변호사의 검찰 조사에 대해 설명했고, 대법관들은 현 사태에 대한 우려와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맡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재판과 관련한 연구관 보고서를 총괄해서 대법관에게 보고하는, 대법원 재판의 핵심적인 보좌 역할을 한다.

간담회는 침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관련 내용을 김 대법원장에게 전해 들었을 때는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걱정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았고 다들 이야기하다 한숨을 쉬곤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거기다 현직 수석재판연구관의 소환 조사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도 어려웠다. 민망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법원 재판에 관여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검찰이 임의 제출을 요구한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넘길 것인지도 논의했다고 한다. 다만, 대법관 대다수는 “대법원 평의 과정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연구관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2일 김 수석연구관과 유 변호사,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소환 조사했다. 유 변호사는 수석연구관 재직 시절 5년 치 재판 관련 문건들을 출력하거나 파일로 저장해 퇴임 뒤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하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파기했다. 김 수석연구관은 2016년 당시 수석연구관이었던 유 변호사에게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을 전달해 재판 개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고의로 지연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또 검찰은 당시 유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선 진료’했던 김영재 원장 부부 특허 소송 관련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에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 관계자가 임 전 차장에게 부탁해 재판 자료와 소송 상대방 법무법인의 정보 등을 넘겨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김 원장의 부인인 박채윤 씨도 소환 조사했다. 박 씨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허 소송에 문제가 있어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한 청탁이 우 전 수석을 거쳐 임 전 차장에게 전달됐고, 임 전 차장은 당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었던 유 변호사를 통해 입수한 재판 자료를 청와대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