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방경제포럼 개막]시진핑-아베-푸틴 릴레이 정상회담
그래픽 서장원 기자
○ 김정은에게 거듭 ‘러브콜’ 한 푸틴
이번 EEF에선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관련 문제가 정상들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FP는 10일 “북한 문제가 EEF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북한 문제에 있어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푸틴 대통령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입지를 넓히고 싶어 한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올해 EEF 개최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듭 초청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참석은 불발됐지만 조만간 양국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엿보인다. 북한 정권 수립일(9·9절) 70주년을 맞아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응할 의사가 있고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 ‘동방경제포럼’ 처음 찾은 시진핑
EEF는 극동지역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러시아 정부가 2015년부터 해마다 주최하는 행사인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포럼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시 주석의 참석 때문이다. 시 주석이 EEF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그동안 부총리나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참석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최대한 가까워지려는 모양새를 취하는 중이다. 미중 간 지렛대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러시아는 중국과 가까워질수록 대미 관계에서 몸값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중-러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거듭 비판해온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인프라 투자 등을 통한 중국의 해외 경제영토 확장) 사업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비핵화 문제도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러 양국 정상은 북한이 주장해 온 ‘북핵 문제의 단계적, 동시 행동에 의한 해결’에 대한 지지를 재차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를 통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미국 대 북-중-러 구도 형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에 ‘뒤통수’, 중-러와 공조 다지는 아베
이번 EEF에서 아베 총리는 러-일 정상회담 못지않게 시 주석과의 회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은 12일 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공세로 미중 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는 반면에 중일 관계는 급진전하는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일본 역시 최근 미국으로부터 통상 위협을 받는 처지라 중국과 일본의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에는 일본 재계 인사 240명이 중국을 방문해 리커창 중국 총리 등과 회담을 가졌다. 중일 간에는 양국 간 평화우호조약 발효일인 10월 23일을 전후로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도 내년 시 주석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0일 출국 전 “현재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중일 관계를 더욱 진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파리=동정민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