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사카 US오픈 테니스 우승 세리나, 심판과 다투다 무너져… 관중 야유로 시상식장 어수선 승자 오사카 죄인된 듯 “죄송”… 아버지 아이티인 어머니 일본인
한국 테니스 간판스타 정현(22)이 자신의 트위터에 오사카 나오미의 우승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다. 둘은 같은 매니지먼트 업체 소속으로 오사카도 같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바 있다. 정현 트위터 캡처
시상식은 축하 박수가 아니라 관중 2만4000명의 야유로 뒤덮였다. 만 20세 나이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된 오사카 나오미(일본)는 마음껏 기뻐할 수도 없어 보였다. 모자를 눌러쓰며 난감한 표정을 지은 그는 마치 죄인처럼 “모든 사람이 윌리엄스의 우승을 원했을 텐데 이렇게 경기가 마무리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분에 가득 찬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그 옆에 서 있던 패자 세리나 윌리엄스(37)는 “무례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나오미의 우승을 축하한다”며 간신히 승자를 향한 예우를 보냈다.
9일 미국 뉴욕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 세계 랭킹 19위 오사카는 어릴 적 자신의 우상인 윌리엄스(26위)를 1시간 19분 만에 2-0(6-2, 6-4)으로 눌렀다. 이로써 오사카는 일본 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사상 첫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자가 됐다. 아시아 선수로는 2011년 프랑스오픈과 2014년 호주오픈 여자 단식을 제패한 리나(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다음 달 16일 21세 생일을 맞는 오사카는 2013년 프로 데뷔 후 지난주까지 쌓은 통산 상금 총액(323만 달러)보다 많은 380만 달러(약 42억70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받았다.
한국 테니스 간판스타 정현(22)이 자신의 트위터에 오사카 나오미의 우승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다. 둘은 같은 매니지먼트 업체 소속으로 오사카도 같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바 있다. 정현 트위터 캡처
마거릿 코트가 갖고 있는 메이저 대회 단식 최다 우승 기록(24회)과 타이를 노린 윌리엄스는 주심 카를루스 하무스(47·포르투갈)와 신경전을 펼친 끝에 무너졌다. 윌리엄스는 2세트 들어 규정상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코치 조언을 받아 경고를 받은 데 이어 5번째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준 뒤 격분한 나머지 라켓을 부러뜨려 두 번째 경고로 포인트까지 내줬다.
올해 초 세계 68위로 시즌을 시작한 오사카는 개인 최고인 7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윌리엄스가 처음 메이저 타이틀을 딴 1999년 오사카는 2세였다. 차세대 테니스 퀸을 넘보는 오사카는 “꿈이 이뤄졌다. 경기 후 윌리엄스와 포옹을 하는데 다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오늘밤 컴퓨터 게임을 한 뒤 푹 자고 싶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