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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유기농 과수농가 증가세… 판매망 확대 시급

입력 | 2018-09-04 03:00:00

크기-색깔 볼품 없고 생산량 적어 공판장서 제값 못받아 직거래 의존
“지자체서 유기농 과수 홍보해야”




노상현 씨(왼쪽)의 복숭아는 지난달 수확이 끝났다. 노 씨는 복숭아 외에 체리도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1일 전남 화순군 능주면 백암리 한 야산. 노상현 씨(59)가 1만3000m² 과수원에서 풀을 베고 있었다. 이곳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 복숭아밭이다. 노 씨는 “유기농 복숭아는 크기나 색깔이 일반 복숭아보다 덜하지만 맛과 향이 진해 벌레가 많이 찾아 든다”고 했다. 벌레도 맛을 아는 유기농 복숭아는 그래서 재배가 힘들다는 게 노 씨의 설명이다.

노 씨는 1995년 광주에서 식품업체 총판을 하다 화재로 사업을 접었다. 이후 광주 시내버스 운전사로 일하면서 쉬는 시간에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다. 과수원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것은 2000년부터다. 그는 “아버지 복숭아밭에서 일하는데 농약 냄새를 맡으면 참기 힘들었다. 유기농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복숭아밭에 농약 대신 벌레들이 싫어하는 은행나무 잎과 열매, 돼지감자 잎, 할미꽃 뿌리 등에서 추출한 천연약제를 뿌린다. 화학비료 대신 당귀와 계피, 감초 등을 섞은 한방영양제를 뿌려준다.

노 씨는 유기농 재배를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운전사로 일할 때에도 틈나는 대로 유기농 기술을 배우러 다녔다. 2012년 전업농이 됐고 2015년 복숭아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현재는 순천대 전남농업마이스터대에서 복숭아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다.

복숭아는 향이 강해 병해충이 많이 드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노 씨가 키우는 복숭아도 병해충과 싸우다 보니 크기나 색깔이 일반 복숭아보다 좋지 않지만 당도는 2∼3브릭스 정도 높다. 값은 2kg에 3만 원 안팎으로 일반 복숭아에 비해 2.5배 정도 비싸지만 생산성은 절반 이하다. 판매는 친환경농산물 판매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진다. 노 씨는 “유기농은 사람으로 치면 화장을 하지 않은 ‘쌩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 농법에 비해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창범 씨(45)는 전남 함평군 옥산리에서 유기농 배나무 330그루를 키우고 있다. 2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2011년부터 과수원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 지난해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그는 과수원에 호밀, 헤어리베치 등을 심어 흙에 양분을 공급하고 돼지감자 풀과 양파 추출물 등으로 병해충을 방제한다. 유기농 과수는 한 번 실패하면 2∼3년간 여파가 이어진다. 병해충 때문에 6년 동안 수확을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기농법으로 토양에 자연생명력이 생겼고 지난해 처음으로 유기농 배를 수확했다. 배 절반은 과일로, 절반은 배즙 등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박 씨가 키운 배의 가격은 5kg에 3만 원 선으로 일반 배에 비해 두 배 정도 비싸지만 수확량은 많이 떨어진다. 배는 서울과 전남 지역에 급식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박 씨는 “일반 배 농가에 비해서는 적겠지만 올해 수확이 잘될 것 같다. 안전한 먹을거리인 유기농이 언젠가는 인정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 과수 농가들은 매년 증가 추세다. 3일 전남도에 따르면 유기농 과일농가는 2015년 88곳, 2016년 125곳, 지난해 136곳으로 늘었다. 유기농 과수 품목도 매실, 유자, 감, 블루베리, 무화과, 키위, 배, 사과, 포도, 오디, 복숭아, 천리향, 한라봉 등으로 다양해졌다.

유기농 과수 농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판매망이 넓지 않다는 점이다. 유기농 과수는 크기나 색깔은 일반 과수에 비해 볼품이 없고 생산량도 적다. 공판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직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한 유기농 농민은 “자치단체장이 각계에 특산품 선물을 보낼 때 유기농 과수를 이용하는 등 관심이 필요하고 유기농 활성화를 위한 판매망 확보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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