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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열도가 얼어붙었다… ‘이-황 세리머니’

입력 | 2018-09-03 03:00:00

축구결승 연장 득점 이승우-황희찬




한국의 황희찬이 1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일본과의 결승에서 연장 전반 11분 결승 헤딩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보고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이 일본에 1-0으로 앞선 연장 전반 11분. 프리킥 상황에서 손흥민(토트넘)이 볼을 올려주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황희찬(함부르크)은 돌고래처럼 뛰어올라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에 성공한 그는 일본 응원단 앞을 산책하듯 뛰어갔다. 2010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일본 관중을 바라보면서 보란 듯이 성큼성큼 뛰었던 박지성(은퇴)의 ‘산책 세리머니’를 재연한 것이다. 상징적 세리머니를 마친 황희찬은 동료들과 함께 춤을 추며 또 한 번 기쁨을 나눴다.

일본이 연장 후반 10분에 1골을 만회하면서 황희찬의 골은 한국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우승을 확정한 결승골이 됐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해 대회 2연패와 함께 역대 최다 우승(5회)을 달성했다.

그동안 훈련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경기에서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말을 아꼈던 황희찬이었다. 대회 내내 부진한 경기력 등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부정확한 패스로 공격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았고, 경기에서 패한 뒤 상대 선수와의 인사를 생략해 매너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었지만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로 경고를 받으면서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 순간에 한국의 우승을 확정짓는 골을 터뜨리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황희찬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팀 선수들 모두 더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황희찬이 1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일본과의 결승에서 연장 전반 11분 결승 헤딩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보고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날 한국의 선제골을 터뜨린 이승우(베로나)는 ‘일본 킬러’로 우뚝 섰다. 한국은 63%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일본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했다. 하지만 당돌한 이승우의 ‘한 방’으로 첫 골을 낚았다. 연장 전반 3분 손흥민이 슈팅 기회를 만들기 위해 드리블을 했다. 일본 수비수들은 손흥민에게 슈팅 각도를 주지 않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때 이승우가 공을 낚아채며 왼발 슈팅을 시도해 골을 터뜨렸다. 선배이자 주장인 손흥민이 드리블 중이던 공을 빼앗아(?) 골로 연결한 것. 손흥민은 “드리블하는데 승우가 ‘나와! 나와!’라고 외쳐서 비켜줬다. 승우가 좋은 마무리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골을 성공시킨 뒤 광고판 위에 올라가 세리머니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이승우가 밟고 올라간 광고판은 일본 기업의 것이었다. 이승우는 4년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챔피언십 8강전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말한 뒤 2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각급 대표팀 공식 경기에서 2차례 일본과 맞붙은 그는 한일전에서만 3골(2승)을 챙기며 일본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승우는 “아시아경기에서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성장해 한국을 빛낼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항서 매직’의 베트남은 아랍에미리트와의 3, 4위 결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4위가 됐다.
 
정윤철 trigger@donga.com / 보고르=김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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