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한국 황의조(왼쪽)가 선제골을 넣고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9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박항서(59) 감독의 베트남과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결승진출을 다툰다. 나란히 8강에서 연장혈투를 펼친 두 팀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4강전에 나선다.
외나무다리 혈투. 김 감독의 믿을 맨은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차출한 ‘품격의 리더’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다. 올 초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에 가장 먼저 요청한 부분이 손흥민의 AG 차출이었다. 본인의 확고한 AG 출전 의사를 확인한 뒤 “토트넘과의 협의를 최대한 빨리 끝내 달라”고 재촉해 지금에 이르렀다.
AG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강제 차출 규정이 없어 소속 팀의 협조가 필수다. 부지런히 서둘러 대회 출전은 물론, 합류시기도 앞당길 수 있었다. 손흥민은 키르기스스탄과의 대회 조별리그 2차전(1-0)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2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4-3 승)에서는 도움 두 개를 올렸다. 다용도 공격수로서 득점력 자체는 만족스럽진 않다.
연일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스트라이커 황의조(26·감바 오사카)도 항상 고맙다. 실력으로 진가를 뽐냈기에 더 반갑다. 지난달 16일 AG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되자마자 갖가지 조롱이 쇄도했다. 특히 황의조를 뽑은 이유가 성남FC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김 감독과 인맥에서 비롯됐다는 비난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성남의 모 시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김 감독과 황의조, 한국축구 전체를 ‘적폐세력’으로 몰아갔다.
그런데 모르는 선수를 뽑을 이유가 없었다. 단기전,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은 대회를 위해 지도자가 낯선 자원을 선택하는 건 무리가 있다. 더욱이 김 감독은 황의조를 체크하기 위해 세 차례나 일본을 찾았다.
김 감독은 “나부터 비주류였다. 지연·학연에서 밀렸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스승에게 큰 짐을 안긴 황의조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비난을 위한 비난, 조롱 섞인 돌팔매질에 부담은 컸다.
평가전 없이 돌입한 실전모드. 황의조는 대회 조별리그부터 해트트릭을 기록한 우즈베키스탄전까지, 5경기 8골을 뽑았다.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6-0)에서도 3골을 넣은 그는 ‘와일드카드의 전설’로 남았다. 남자 전 연령을 통틀어 한 대회, 한 선수의 해트트릭 2회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최전선과 2선에서 불을 뿜을 공격 콤비가 이룰 환상의 하모니는 베트남 격파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