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하지만 전 남편은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파트, 차량 등의 명의는 바꿨다. 거주불명 상태의 전 남편을 찾기 위해 경찰에 휴대폰 위치 추적 요청도 했지만 “범죄자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돌아왔다. 한 달에 200만 원 남짓 버는 한 씨는 홀로 11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한 씨는 “이번 달에는 카드 현금서비스도 받았고 주말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양육비 소송을 하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양육비 소송 이겨도 돈 받기 어려워
박모 씨(53·여)의 전 남편 역시 6개월 째 두 딸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이혼 후 전 남편은 7개월간 양육비를 지급하다가 올 2월부터 끊었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전 남편은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두 딸의 양육비는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 “억울하면 소송하라”며 버티고 있다. 친정집에 얹혀사는 박 씨는 매달 아르바이트로 100만 원 남짓 벌어 생활비 등을 겨우 충당하고 있다.
현행법상 ‘양육비 미지급’은 일반적인 채무 미이행 사건처럼 소송을 통해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소송비가 보통 수백만 원 들고 기간도 길게는 3년 이상 걸린다. 승소를 하더라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추가로 소송을 해야 한다. 김도현 변호사는 “비양육자(대부분 전 남편)가 재산을 빼돌리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숨긴 재산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 또 3년가량 걸린다. 포기하는 분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비혼 한부모 가정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비혼모 대부분은 상대 남성의 개인 정보를 알지 못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혼 한부모의 양육비 신청률은 10% 미만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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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아빠’ 신상 공개하는 사이트까지
합법적으로 양육비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을 무릅쓰고 ‘무책임한 아빠들’을 고발하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지난 달 만들어진 ‘Bad Father(나쁜 아빠)’라는 사이트에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28일 현재 16명의 얼굴 사진, 이름, 거주지, 나이 등이 올라와있다. 사이트에는 ‘법원의 판결문, 합의서 등 사실관계를 거쳐 작성된 리스트이며 양육비 지급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삭제된다’고 써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불법인 줄 알지만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돼야 하는 가치”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소영 변호사는 “미성년 자녀의 3년치 양육비를 미리 법원에 선납하게 하거나 재산분할 금액 중 일부를 양육비로 예납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