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협상]폼페이오 27일경 4번째 방북
임명되자마자 평양으로 스티븐 비건 신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가 23일(현지 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핵 문제에 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평화로운 세계라는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 트럼프 “北에 준 선물은 제재뿐”
폼페이오 장관은 23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주초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 옆에는 새로 임명된 비건 특별대표가 뒷짐을 지고 섰다. 비건 특별대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비핵화 이행 속도보다는 완전하게 검증된 북핵 폐기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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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도 북-미가 핵 신고·사찰 수용과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문제에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당국자는 “종전선언이 북한 말대로 ‘정치적 선언에 그치는 정도’라면 핵 보검이라고 주장하는 핵물질, 핵무기 신고나 핵시설 사찰과 맞바꿀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북한이 핵 신고와 사찰 리스트를 단계적으로 수용하는 대가로 ‘종전선언+알파(α)’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북한이 요구할 ‘플러스알파(+α)’로 가장 유력한 것은 대북제재 완화다. 이달 들어 세 차례 독자 대북제재를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는 틈만 나면 제재만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유일한 수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내게서 얻어낸 유일한 것은 만나서 대화한 것뿐이고, 나는 제재 말고 아무것도 준 게 없다”며 “추가 제재는 (비핵화를) 빨리 진전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비핵화-종전선언 빅딜 가능성
신중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에 대해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기대치를 낮추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종전선언과 핵 신고·사찰의 빅딜이 성사되는 게 현재로선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지난달 세 번째 방북에 이어 또다시 ‘빈손’으로 귀환하게 되면 거세지는 대북강경론을 잠재우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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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도 집중 논의될지 주목된다. 다만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공식화하면서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비핵화 협상의 큰 그림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몫으로 돌린다는 의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