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문재인 대통령, 남북경협 방안 제시
그러면서도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가 정착돼야 본격적인 경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바라는 남북 경제 협력의 진전된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없이는 대북제재 해제도, 경협도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북측에 재차 전달한 것이다.
○ 文, “평화가 경제” 강조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며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 번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가 경제”라며 남북 관계 개선의 경제적 효과도 강조했다. 남북 경협이 ‘북한 퍼주기’가 아니라 국내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며 국내 여론 설득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전제로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이라며 “지금 파주 일대의 상전벽해와 같은 눈부신 발전도 남북이 평화로웠을 때 이뤄졌다”고 말했다.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가 노무현 정부 시절을 거치며 대규모 산업 단지를 갖춘 도시로 탈바꿈한 예를 들며 통일경제특구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이미 금강산 관광으로 8900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강원도 고성의 경제를 비약시켰던 경험이 있다”며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를 토대로 향후 30년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최소 170조 원으로 전망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철도 연결과 일부 지하자원 개발 사업을 더한 효과”라는 것이다.
○ 北-美 비핵화 협상 진척이 관건
북한의 군사 행위 억제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의 평화까지 담아보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그 예로 1951년 유럽 6개국이 결성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유럽연합(EU)의 모태가 된 점을 들었다. 여기에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미국을 포함시킨 것은 한반도 평화 국면이 펼쳐지더라도 한미동맹의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오히려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해보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관건은 이런 구상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척 없이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미 국무부가 “비핵화 전까지 철도 사업 등 대북 제재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못 박은 것처럼 현재의 비핵화 논의 상황이라면 연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은 사실상 어렵다. 문 대통령이 먼저 북한의 비핵화 이행 등을 강하게 촉구한 뒤 구체적인 경협 비전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적 ‘당근’이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을 촉진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외신들도 한미 간 이견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USA투데이는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남북 경협 아이디어 대부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내용들”이라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