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2000년)의 내용입니다. 원래 손해배상에 관한 민법 원칙은 가해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손해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금전으로 배상합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문제를 알면서도 ‘고의로’ 손해를 가한 경우 단순 실수와는 달리 취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어 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입니다. 선진국들은 진작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최근 자동차 화재 사고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주행 중 불이 난 BMW 차량은 40대에 육박합니다. BMW 소유자들은 자신의 차가 여기저기서 기피 대상이 돼 주차마저 거부당하자 비싼 돈 주고 BMW를 샀더니 Bus(버스), Metro(전철), Walk(걷기) 등 대중교통만 이용하게 됐다고 푸념합니다. BMW 측은 사고가 반복되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버티다 정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뒤늦게 결함을 인정하고 10만 대 리콜을 결정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정부의 기술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고 리콜 계획서를 부실하게 작성하는 등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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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는 피해를 입은 개인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 소송 절차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 증권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라 선진국처럼 적용 분야를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합니다. 하지만 배상액이 손해액의 3배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습니다. 더욱이 제조물 결함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경우’에만 해당돼 이번 BMW 사건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선진적 시장 질서를 구축하려면 기업의 반사회적이고 고의적 가해 행위를 근절하고 소비자 권익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징벌적 손배배상제와 집단소송제의 실질적 확대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