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복싱 우승 기대주 임애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여자 복싱 57kg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임애지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샌드백을 치고 있다. 임애지는 지난해 11월 한국 최초로 세계여자유스복싱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진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체육관 문을 열자 후끈한 기운과 함께 시큼한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충북 진천선수촌 복싱장은 선수들의 체중 관리를 위해 두 달째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선수들 사이로 유난히 마른 선수 하나가 얼굴보다 큰 글러브를 내뻗고 있었다. 166cm 57kg의 크지 않은 체구. 아무렇게나 묶은 짧은 머리에 검게 그을린 얼굴. 아시아경기 57kg급 금메달을 향해 주먹을 뻗은 임애지(19·한국체대)다.
임애지는 지난해 11월 인도 구와하티에서 열린 세계여자유스복싱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사진). 한국 여자 선수가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최국 인도를 비롯해 복싱 강국 불가리아 등 5명의 쟁쟁한 선수를 연달아 꺾은 임애지는 당시 왼쪽 정강이에 금이 간 줄도 모른 채 경기에 나섰다. “웨이트트레이닝 중에 바벨에 정강이를 찧었어요. 그냥 멍이 좀 크게 들었다고 생각했죠.”
그는 한국에 돌아와 방문한 병원에서 ‘등짝 스매싱’을 맞을 뻔했다. 의사는 ‘걸을 때마다 아팠을 텐데 어떻게 참았느냐’며 다그쳤다. “파스를 넓게 뿌리면 다리 전체가 아리거든요. 그럼 아픈 줄 몰라요.” 임애지는 자신만의 부상 대처법(?)을 진지한 얼굴로 설명했다.
AIBA 홈페이지 캡처
전남 화순에서 나고 자란 임애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집 근처 체육관 마당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을 보고 복싱에 매료됐다. ‘딱 한 달만’ 다니겠다며 졸라 등록한 체육관에서 그는 중고등학교 6년을 보냈다. 복싱을 시작한 지 2년 차, ‘선수 할 것도 아닌데 왜 계속 다니냐’는 다그침에 ‘선수 하겠다’며 홧김에 받아친 말로 진로를 결정했다. 임애지는 “재밌는데 못하게 하니까 그랬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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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는 세계선수권이 열린 인도 구와하티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장에 모인 외국인들이 태어나서 처음 듣는 애국가를 듣고 있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아시아경기에서도 애국가를 틀고 싶습니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진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