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파리 특파원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이 마크롱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부터 당선 확정까지 8개월 캠페인 내내 쫓아다니며 찍은 영화라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행사장에서 반대 진영의 계란을 맞고 난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반응을 물어보고, 대선 토론 후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는 모습 등 마크롱 대통령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니 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1년 전에 봤다면 몰라봤을 그 인물, 마크롱 대통령의 경호 책임자 알렉상드르 베날라. 올해 5월 1일 파리 시내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 장비를 착용하고 젊은 시위자들을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마크롱 대통령을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는 ‘베날라 스캔들’의 장본인이다.
‘베날라 스캔들’로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참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보다 국민들은 이 사건을 대하는 그의 자세에 더 실망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베날라 사건이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의해 처음 보도된 이후 일주일 동안 침묵했다. 뒤늦게 “모든 게 내 잘못”이라며 사과했지만 그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건이 터지고 무려 두 달 반이 지나서야, 그것도 월드컵 우승 직후 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월드컵 기간(6월 14일∼7월 16일)에 두 번이나 러시아로 직접 건너가 응원했다. 프랑스 대표팀이 우승하자 대통령 지지율도 급반등할 것이란 언론들의 전망도 잇따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시점에 그동안 자신에게 각을 세워 온 비판 언론이 이 사건을 터뜨린 데는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의심하는 듯했다. 문제의 당사자인 베날라도 “정치적인 목적에 따른 공격”이라고 말하며 음모론에 가세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 베날라는 일개 보디가드가 아니다. 베날라가 부인보다 많이 등장하는 그 다큐멘터리를 무려 600만 이상의 국민이 시청했다. 대통령의 눈에 일개 보디가드라도 국민들 눈에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보통 연인도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는 불신이 생기는 순간 마음이 멀어지기 시작한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도 그렇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통령의 불행은 자기 정권의 과도한 우월성과 자신감, 그리고 국민에 대한 소홀함이 바탕에 깔린 ‘음모론’에서 시작되곤 한다. 과연 마크롱 대통령은 스스로 자초한 음모론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