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양제츠 방한후 비공개로 담당지역 아닌 곳 방문 이례적 국내 중국전문가들도 만나고 가… 4자 종전선언 입장 등 물어봐
6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로라 스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겸 중국과장(사진)이 실무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외교부 당국자는 물론이고 국내 중국 전문가와 학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한국의 대중 정책 및 입장 등에 대해 심층 조사를 벌였다. 특히 한국이 향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대중 통상정책 대응 방향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방한하기 전 양 정치국원은 정 실장 등을 만나 한국 정부에 4자 종전선언 참여 및 사드 보복 완화 의사 등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정치국원은 이와 함께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 진행 상황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미국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포착한 직후 대응 차원에서 스톤 대행 등을 급파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가 담당 지역이 아닌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살피러 고위 외교관을 현지에 보내는 건 이례적이다. 중국 근무만 3번을 했다는 스톤 대행은 국무부 내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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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중국과 밀착하려는 한국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현재의 한미동맹과 양국 간 신뢰가 알려진 것만큼 강하지 않다는 징후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해찬 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사를 강하게 전달했을 때부터 한국 내 중국 관련 흐름을 예의주시해왔다.
특히 미국은 최근 2000억 달러(약 225조 원)어치의 중국 제품에 25%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예고하고, 중국이 관세보복 계획을 밝히며 맞대응에 나서는 등 양국 간 통상마찰마저 격화하는 시점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중 간 갈등 양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이 중간에서 어느 한 편을 들도록 요구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긴밀한 외교적 조율을 통해 동맹국의 불만을 해소하면서 중국과의 협력도 함께 강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