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구걸말라 경고 사실무근”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참모들과 부처 장관들에게 기업과의 소통 강화를 주문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경제부총리의 기업 행사에 경고를 보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삼성 측이 김 부총리의 방문에 맞춰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김 부총리에게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의 기업 소통 강화를 놓고 진보 진영과 지지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투자 발표를 하면 ‘은밀한 거래’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번 논란은 기업과의 소통을 과도한 친기업적 행보로 바라보는 일부 진보 세력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표출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과 거리를 유지해온 문재인 정부는 최근 경제 활력이 눈에 띄게 위축되면서 기업과의 소통 행보를 확대해왔다.
김 부총리는 고용 악화와 투자 감소 추세를 되돌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풀어줘 투자와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이번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 부총리는 3일 ‘구걸’이란 표현을 쓴 언론 보도에 대해 입장자료를 내고 “지금의 경제 상황하에서 이런 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가 없다”며 “경제부처 장관들이 경제주체들을 만나는데 그 대상을 가릴 일이 아니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부총리가 기업을 찾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부총리가 본인 행보의 의미를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