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
그러나 이면에는 모두가 알아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다름 아닌 돈 문제다. 국가의 지원을 받은 연구자는 다 쓰지 못한 연구비를 되돌려줘야 한다. 일부는 ‘어차피 다시 돌려줘야 할 돈이니, 학회를 핑계로 해외여행이나 다녀오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돈을 어떻게든 써 없애려는 연구자와 그것을 받아 챙기려는 허위 학술단체 사이에 무언의 합의가 생긴다. 가짜 학회가 주로 유명 관광지에서 열리는 까닭이다. 항공료를 포함하면 1인당 수백만 원, 연구실 한 곳에서 여러 사람이 참석하면 수천만 원이 사라진다.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도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허위 학술단체 목록을 마련해 관련 행사에 참가할 경우 연구비 집행을 막는 방법, 별도의 윤리위원회를 마련해 징계규정을 명확히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을 수 있는데, 쓰고 남은 연구비를 되돌려 받지 않으면 된다. 연구자에게 그 돈을 인센티브로 주자는 말이 아니다. 연구팀이 후속 연구나 또 다른 새로운 연구를 할 때, 남은 연구비를 우선적으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뜻이다. 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이고 버려지는 연구비가 다시 연구개발에 들어가게 되니 지식의 발전에도 긍정적이다. 이 제도 아래에서 ‘가짜 학회를 가자’고 제안하는 연구자는 동료들에게 칭찬을 듣게 될까, 아니면 호된 질책을 받게 될까.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연구비를 허투루 사용한 연구자들은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잘못한 연구자에게 벌을 주는 것에 앞서 ‘올바른 연구자를 우대하자’는 생각은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언제나 정도(正導)에 숨어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