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례 볼때 협치 점치기 어려워… 양당, 상황 어려워야 가능성 높아져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민주당 계열 정당의 평균 이념점수는 0.081점(17대), ―0.050점(18대), ―0.280점(19대), ―0.519점(20대)이었다. 반면 한국당 계열 정당의 평균 이념점수는 0.631점(17대), 0.737점(18대), 0.609점(19대), 0.371점(20대)이었다. 1점에 가까우면 보수 성향, ―1점에 가까우면 진보 성향이다. 두 정당 간의 점수차가 0.550점→0.787점→0.889점→0.890점으로 벌어지며 양극단화가 심화된 것이다. 앞으로도 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역사적으로 두 정당 모두 상황이 어려울 때는 ‘협치’를 외쳤지만 잘나갈 때는 ‘일방통행’을 선택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대 국회(―0.519점) 들어 과거보다 ‘진보적’인 표결 경향을 보이면서 어느 때보다 정의당(―0.855점)과 유사한 표결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2007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여세를 몰아 153석(친박연대와 자유선진 포함 185석)을 확보했던 18대 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우클릭’ 경향(0.737점)이 가장 두드러졌다. 반면 20대 국회 들어 매우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는 한국당은 역사상 가장 중도적인 투표 경향(0.371점)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17대에서 역대 가장 중도적(0.081점) 투표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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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쟁 정당보다 한 표만 더 얻으면 되는 정치의 속성상 ‘절대평가’ 성적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이런 인식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났다. 올 5월, 필자는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광역단체에 거주하는 8000여 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31개 정책 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를 함께한 언론사를 통해 해당 지역에 출마한 주요 후보자들로부터 동일한 정책 사안에 대한 입장도 취합했다. 이항문항이론(IRT·Item Response Model)을 적용한 분석 결과, 민주당 후보들은 해당 지역 유권자 100명 중 평균 4.4번째로 진보적인 유권자에 해당했다. 즉, 지역 유권자를 대표하기보다는 선명성 경쟁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데이터에 근거한 필자의 예측이 틀리기를 바란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추 대표와 김 위원장이 ‘상대평가’뿐 아니라 ‘절대평가’에도 관심을 기울여 ‘협치’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