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독박 육아’로 입술이 부르텄다죠.
“독박 육아는 아니에요. 로시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가게(짬뽕집 경영)에 나가 일하다 오후 5시 반에 로시를 데려와 저녁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다 재워요.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세요. 매일 아침 식사와 로시 등원 준비는 아내가 합니다. 제가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롯이 저만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죠. 아내는 어쩌다 하루 쉬는 날에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놀아주고 저에게 집중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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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머리 염색을 해주거나 손잡고 입 맞추고 데이트하며 둘만의 시간을 갖는 그런 것…. 저희도 이혼 위기를 겪었고, 다행히 극복한 후엔 서로 맞춰주고 노력하며 삽니다.”
―최근 방송에서 아내의 앨범 녹음 현장에 나타나 스태프에게 일일이 간식을 만들어 돌리는 장면은 감동적이었어요. ‘우리 지민이 하고 싶은 거 다해’란 응원 문구를 보고 지민 씨가 울컥하며 “힘들 때마다 잡아줘서 고맙다”고 했죠.
“아내가 아이 낳고 키우느라 9년을 기다려온 앨범이에요. 얼마나 하고 싶어 했는지 아니까 응원해주고 싶었죠. 아내도 제 기를 살려주려고 애씁니다. 제가 한 달에 한두 번 야구를 하는데, 함께 나눠 먹으라고 도시락을 싸줘요. 새벽에 술 마시다 ‘우리 집으로 2차 가자’ 하며 호기롭게 친구들을 데려와도 웃으며 술상을 차려내죠.”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군요. 지민 씨가 보채는 아이를 보며 “바쁜 엄마여서 미안해” “일 다 접고 (집에) 들어앉을까” 하던데,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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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대소사를 양가 어머니들과 함께 결정하고, 장인의 제사상을 차리는 장면을 보며 양성 평등을 실천하는 모범 가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표현은 부담스럽습니다. 처가도 가족인데 처가 본가 따지지 않아요. 장인어른 제사는, 아내가 제 아버지 제사를 모시는 것처럼 당연한 거죠.”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에 많은 사람이 공감해요. 불평등한 결혼 생활을 거부하는 젊은 여성도 많죠. 로시와 로라가 커서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요?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 자연스럽게 결혼하지 않을까요? 저는 유복자로 태어나 아버지나 남편 역할을 못 보고 자랐어요. 그래서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좋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될 자신이 없었죠. 그런 제가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빠도 된 겁니다. 그래서 아내가 고마워요. 아내와 딸들 곁에 오래 있어주고 싶습니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