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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현호]자치경찰, 정치적 타협 대상이 아니다

입력 | 2018-07-10 03:00:00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주춧돌이 튼튼해야 견고한 집을 지을 수 있다. 이는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의 역할과도 연계할 수 있는 말이다. 현재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수사권 조정과 더불어 자치경찰 도입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자치이념의 실현을 위한 국정과제로 논의하고 있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 자치경찰제 도입의 근본적인 취지는 안정적인 치안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특성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더 제공하자는 데 있다. 그러나 최근 자치경찰제가 수사권 조정과 연계해 경찰 권력의 분산을 위한 견제장치로 논의되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식의 해석일 우려가 있다. 자치경찰이 정치적인 타협의 대상이 되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실효적 치안서비스가 요원해진다. 영국에서 수년간 경찰서비스를 접하고 비교연구해 온 필자가 볼 때 한국의 치안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국가경쟁력의 한 분야로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자치경찰제의 논의는 치안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정치 구호가 아닌 지역주민의 작지만 애절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는가에 무게를 둬야 한다.

또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보편적 목적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권 행사가 부, 권력 등에 따라 편향되지 않게 집행돼야 한다. 지연, 학연 등으로 촘촘히 연결된 국내 지방정치 환경을 감안할 때 자치경찰제 도입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공격받지 않고 보호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시도지사가 대권주자가 될 정도로 정치적 권력과 영향력이 강해 자치경찰로 전환되면 중립성 확보가 큰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일본 경찰간부의 조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죽하면 영국도 대부분의 자치시에서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개입을 막기 위해 시장이 아닌 경찰감(교육감과 같은 형태의 선출직)을 따로 선출해서 자치치안의 책임을 맡도록 했을까.

또 하나 고려되어야 할 점은 지역 간 차별 없는 치안 유지가 가능한지도 문제다. 치안서비스는 공공재적 특성을 가져 어느 지역에서나 균등하게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는 26∼85%로 현격한 차이를 보여 치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재정 여건과 관계없이 균등한 치안이 확보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중앙과 자치 경찰의 사무를 구분하거나 자치행정 발전의 속도에 맞춰 자치경찰행정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경찰제도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재설계 과정에서 반드시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여론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시간이 좀 더 걸려도 보다 치밀한 검토와 논의가 선행돼야 하고 속도가 필요하더라도 성급한 정치적 타협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곤란하다. 통일 과정에서 경찰 치안 기능이 사회 안정 유지에 중대한 기여를 한 해외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치경찰제가 ‘치안’을 더욱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