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술 예상 그림 그려가며 설명… 환자 만족도 95% 이상으로

입력 | 2018-07-07 03:00:00

[토요기획]베스트닥터 <9> 피부암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오른쪽)가 피부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피부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자외선이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피부암은 겉으로 드러나기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점과 피부암을 혼동해 치료 시기를 놓친다. 피부암의 5년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하지만 흑색종 같은 악성 피부암의 경우 멀리 떨어져 있는 장기로 전이되면 생존율은 20∼30%대로 크게 떨어진다.

피부암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색종으로 나눈다. 전체 피부암의 50∼60%를 차지하는 기저세포암은 치료가 쉽고 전이도 거의 없다. 편평세포암은 더러 전이가 일어나지만 치료가 아주 어렵지는 않다. 문제는 흑색종이다. 흑색종은 악성 암 중 하나다. 전이도 잘 일어나고 치료도 어렵다.

일찍 발견하는 게 최선이다. △검은 점이 새로 생겼거나 △이미 있던 점의 모양새나 크기가 변하거나 △점에서 통증이 느껴질 경우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한국인에게는 흑색종이 손발, 손발톱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 부위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게 좋다.

피부암의 가장 큰 원인은 자외선이다. 오랜 기간 자외선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60대 이후 농어민 환자가 많아 피부암을 ‘농어촌 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유독 피부암 분야에서 비(非)수도권 베스트닥터가 많은 것도 환자가 농어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사는 도시인들의 발병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조직 검사를 통해 암을 확진하면 해당 부위를 들어내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가 광역절제술. 암에 걸린 부위 주변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방법이다. 수술 시간이 짧은 게 장점이지만 절개 부위가 크기 때문에 흉터가 커지고 복잡한 피부 이식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둘째는 모즈수술. 이 기법을 개발한 미국 외과 의사 모즈의 이름을 땄다. 피부암이 있는 부위의 조직 검사를 먼저 시행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술 부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법이다. 암을 완전히 제거하기엔 좋지만 조직 검사와 수술을 반복 시행함으로써 치료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수도권 피부암 베스트닥터 3인▼


○ 국내 피부암 1세대 베스트닥터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59)는 국내 피부암 분야를 개척한 1세대 의사다. 1996년 피부암 수술을 처음 시작했다. 현재까지 시행한 피부암 수술은 3000여 건. 국내에서 피부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정 교수는 대한피부암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정 교수의 명성을 듣고 진료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온다. 환자 중에는 다른 병원에서 피부암 진단을 받은 이도 적지 않다. 또 상당수가 이미 암이 꽤 진행됐거나 재발한 사례다. 이 때문에 정 교수는 혹시라도 남아있는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모즈수술을 주로 시행한다.

사실 이 모즈수술을 국내에 소개하고 정착시킨 의사가 정 교수다. 정 교수는 이 기법을 국내 젊은 피부과 의사들에게 전파했다. 나아가 대만, 필리핀, 태국 등에도 전수했다. 미국외과학회도 정 교수의 실력을 인정해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지역 의사들을 교육하는 ‘국제 멘토’로 임명했다. 정 교수는 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피부과에 의료 선진국 수준의 외래 수술실을 만들기도 했다.


○ 대학병원 내 모즈클리닉 처음 열어

김일환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58)도 정기양 교수와 마찬가지로 국내 피부암 분야 1세대로 통한다. 1997년 피부암 수술을 시작했다.

1999, 2000년에는 미국에서 모즈수술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이미 그 전에 정기양 교수가 모즈수술을 시작했지만 미국 모즈학회가 인정한 기관에서 공식 연수를 받고 관련 논문을 처음으로 발표한 의사는 김 교수다. 또한 1년 4개월의 연수를 끝내고 귀국한 후 대학병원 안에 모즈클리닉을 처음으로 열었다. 미국 연수를 끝내고 돌아온 2001년부터 지금까지 600여 건의 수술을 했다. 김 교수 또한 수술의 90% 이상을 모즈수술로 시행한다.

악성 흑색종 수술과 관련해 김 교수는 여러 분야에서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 손톱 주변에 발생한 흑색종 초기일 경우 손가락을 절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절단하지 않고 피부이식술로 치료했다. 또한 손발의 멜라닌 세포가 장기간 증식하면 흑색종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임상적으로 확인했다. 김 교수는 대한피부암학회와 대한피부외과학회 회장을 지내면서 대국민 홍보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환자와 수술 시나리오 공유하는 의사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48)는 수도권 베스트닥터 중에서 유일하게 40대다. 정기양, 김일환 교수의 뒤를 잇는 2세대 피부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허 교수는 연간 150여 명의 환자를 수술한다.

허 교수는 모즈수술을 주로 하는 두 교수와 달리 광역 절제술을 주로 한다. 신속한 수술을 위해서다. 암 덩어리를 들어낸 후 피부 재건을 동시에 시행한다. 이 피부 재건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수술 시나리오 2, 3개를 만들어놓은 후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직접 수술 예상 그림을 그려가며 환자에게 설명한다. 그 덕분에 환자의 95% 이상이 수술 후 결과에 만족한다고 한다. 허 교수는 2016년에는 피부외과학회에서 ‘최고의 외과의사’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경에는 TV 지역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 출연자의 얼굴을 보고는 피부암에 걸린 사실을 밝혀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지역 방송국을 통해 접한 환자는 곧바로 김 교수를 찾아와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非수도권 피부암 베스트닥터 3인▼


○ 흑색종 치료의 대가

이석종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55)는 수도권 의사들도 인정하는 피부암 전문가다. 미국, 캐나다, 독일,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를 돌며 피부암 관련 학문을 연구했다. 특히 이 교수는 악성 피부암인 흑색종 치료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최근 5년 동안 시행한 피부암 수술(1128건) 중 흑색종이 26%(298건)을 차지한다. 흑색종 비중이 10%를 넘는 의사는 많지 않다. 이 교수는 대체로 광역 절제술을 쓴다. 절개 부위가 커지기 때문에 수술 환자의 30% 정도는 피부를 이식해 재건한다.

전이성 흑색종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법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해당 부위에 연고를 바르거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혹은 정맥 주사를 투입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널리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정맥 주사를 공격적으로 투입하는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2명의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상대로 이 치료법을 적용한 상태. 아직까지는 치료 결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대한피부암학회, 대한피부병리학회, 대한피부연구학회의 이사로 활동 중이다. 또 지난해에는 대한미용피부외과학회장에 선출됐다.


○ 한국인 흑색종 원인 처음 분석

윤숙정 화순전남대병원 피부과 교수(47)는 이 병원이 문을 연 2004년부터 피부암 수술을 했다. 윤 교수도 흑색종 분야에 집중한다. 지금까지 수술한 환자 1175명의 29%(250명)가 흑색종이다. 윤 교수는 흑색종 치료에 필요한 피부병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서 1년씩 두 차례 공부했다. 이후 흑색종 환자가 더 늘어 2015년에는 전체 환자의 39%까지 증가했다.

윤 교수도 광역 절제술을 주로 시행한다. 하지만 암 세포가 더 깊숙이 침투하면 모즈수술 기법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윤 교수가 직접 환자의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슬라이드를 분석한다.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은 손·발바닥이나 손·발톱에 주로 흑색종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자외선이 원인이 아니라 만성적인 자극이나 외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이는 한국인 흑색종의 임상적 특징을 처음으로 분석한 사례다. 한국인 흑색종 환자 202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낸 것도 윤 교수의 업적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국내에 124편, 국제학술지에 98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제적 피부암 관련 서적을 세계적인 피부암 대가들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대한피부암학회 학술이사로 학술프로그램, 공동연구 등을 주도하고 있다.


○ 비(非)수도권 모즈수술 리드하는 의사

김훈수 부산대병원 피부과 교수(41)는 피부암 베스트닥터 중 가장 젊은 40대 초반이다. 피부암 수술은 2010년 3월에 시작했다. 수도권 베스트닥터에 비해 10년 이상 출발이 늦었지만 수술 실적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현재까지 1500여 건의 피부암 수술을 시행했다. 이석종 윤숙정 교수와 달리 전체 수술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000여 건이 기저세포암이다. 흑색종 수술은 30여 건으로 다소 적은 편이다.

비수도권 베스트닥터들이 대부분 광역 절제술을 시행하는 데 반해 김 교수는 모즈수술을 주로 한다. 지금까지 환자의 95% 이상을 모즈수술 방식으로 수술했다. 사실 부산대병원은 다른 지방병원에 비해 일찍이 모즈수술을 도입했다. 이 덕분에 2013년 1월에 이미 모즈수술 1000건을 돌파했고 지금은 25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주로 수술하는 부위는 다른 베스트닥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외선에 가장 잘 노출되는 얼굴 부위 수술이 많다. 그중에서도 코 부위 수술이 많다. 얼굴 외에는 두피 부위 암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