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사태로 목숨 끊은 尹사장 마지막 51시간동안 무슨 일 있었나
이날 오후 3시경 윤 씨의 빈소에 화인CS 직원 70여 명이 한꺼번에 조문을 왔다. 직원들은 상주 앞에서 오열했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리는 직원도 있었다. 화인CS라는 이름에는 ‘모든 직원이 화목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사장의 마지막 51시간을 같이한 직원들의 슬픔과 충격이 훨씬 커 보였다.
○ “울면서 일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6시 화인CS 직원들에게 ‘기내식 3만 개 포장’ 업무가 떨어졌다. 다음 날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80편에 실릴 기내식이었다. 아시아나항공과 기내식 생산계약을 맺은 샤프도앤코코리아 공장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기내식 생산은 대부분의 조리와 포장 등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담당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모여 일하는 방식이다.
미리 손발을 맞출 시간도 없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주방에선 제때 음식이 조리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공급하는 음식의 배송시간은 들쭉날쭉했다. 화인CS의 한 직원은 “음식은 물론이고 후식이나 작은 버터 하나만 빠져도 일을 할 수 없다. 전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시간에, 충분히 공급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얼마 안 돼 윤 씨가 상황을 파악했다. 윤 씨는 게이트고메코리아(GGK)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 GGK는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과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컨설팅을 맡아 현장을 총괄했다. 하지만 GGK 측에선 “문제없다” “곧 해결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화인CS의 오전조 직원들은 퇴근시간까지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 오후 1시경 오후조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작업장은 더 비좁아졌다. 작업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생산이 늦어지고 일부 관리자의 재촉이 이어지자 일부 직원은 초조함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평소 7시간씩 3교대로 일하던 화인CS 직원은 대부분 14시간 넘게 일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에 출근했던 한 직원은 다음 날 오전 첫차를 타고 퇴근했다. 그는 “사장님은 퇴근도 못 한 채 우리에게 미안해하면서 ‘피곤하지 않냐. 콜밴을 불러주겠다’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책임 짊어진 하청업체 사장
아시아나항공과 샤프도앤코는 생산업체 문제로 기내식 공급이 늦어지면 납품단가 일부를 깎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인 화인CS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GGK 측이 작업현장의 상황을 무시한 채 생산을 독촉했다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천=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