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경영 구광모시대 개막
구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12년 만에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 사이 HE사업본부와 H&A사업본부, ㈜LG 시너지팀을 거치며 경험을 쌓아 왔다. 올해 들어선 LG전자 성장사업의 한 축인 B2B사업본부의 ID 사업부장을 맡아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입사 후 20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뒤 회장직에 올랐던 구자경 LG 명예회장이나 구본무 전 회장에 비하면 빠른 승진이다.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나이도 구인회 창업주를 제외하면 가장 어리다. 구인회 창업주는 구 회장과 같은 나이인 40세에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창업하고 회장에 올랐다. 2대인 구 명예회장은 1970년 45세의 나이에, 3대인 구 전 회장은 1995년 50세의 나이에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 회장은 30일부터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동관의 ㈜LG 30층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한다. 구 전 회장 역시 30층에서 근무했다. 연말 정기인사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지주사 경영 전반에 나서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입학 후 실리콘밸리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 두 곳에 몸담은 경험이 있어 로봇, AI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현안에 대한 해결책은 구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연말까지는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6인의 전문경영인으로부터 계열사 현안을 보고받으며 경영 기반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어 연말 인사에서 구 회장과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있거나 스타일이 맞는 사람들로 임원진이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 회장은 사업 방향이 결정되면 지체 없이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 있는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신임 회장의 ㈜LG 지분 인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현재 ㈜LG에서 구본무 전 회장(11.28%),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어 세 번째로 지분(6.24%)이 많다. 구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라야 한다. 만약 구 전 회장 지분을 모두 상속받는다고 했을 때 상속세 등이 1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나 인수 방법 등도 남은 숙제다.
LG그룹에 따르면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은 연말 정기인사에서 ㈜LG 부회장직을 비롯해 LG전자, LG화학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난다. 연말까지는 계열분리나 독립경영 등 퇴진 후의 방향에 대해 가닥을 잡아갈 예정이다.
김재희 jetti@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