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철학자/프랑수아 타부아요, 피에르앙리 타부아요 지음·배영란 옮김/352쪽·1만6000원·미래의창
자연철학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 581종에 대한 연구 기록을 남겼다. 그중 인간 다음으로 가장 방대한 설명을 남긴 동물이 꿀벌이었다. 자연은 그 무엇도 헛되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던 그에게 “완벽하게 균형 잡힌 질서”를 갖춘 꿀벌 군집은 하나의 소우주였다. 꿀벌을 이해하면 대우주의 신비가 풀릴 것이라 기대했다.
기독교가 전파되며 꿀벌은 서양사상사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예수가 신과 인간을 잇는 유일한 존재인 기독교 사상에서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로 여겨지는 꿀벌은 이단의 상징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꿀벌의 ‘실업’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세 학자들이 성모 마리아의 ‘처녀 잉태’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꿀벌을 다시 끌어들였다. 참고로 19세기 초 여왕벌의 교미가 관찰되기 전까지 꿀벌은 ‘교미 없이 번식하는’ 곤충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저자들은 꿀벌이 “인간이 낀 색안경에 가장 걸맞은 세계상을 그들 눈앞에 펼친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상가들이 꿀벌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건, 혹시 꿀벌을 그들 맘대로 해석하는 견강부회는 아닐는지. 재밌는 책이지만, 어쩌면 그들은 “우리는 그냥 꿀벌인데”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