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2패를 기록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비수 기용을 둘러싼 논란은 실적 부진에 주전 선수들(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간 불화설까지 도는 한국 경제팀의 상황과 닮은꼴이다. “경제 브레인들의 기초실력도 축구대표팀 수비수들처럼 부실하다”거나 “한국 축구는 장현수가, 한국 경제는 장하성이 말아먹고 있다”는 성토도 나온다.
표현은 거칠고 과장됐지만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장현수가 일으킨 ‘나비효과’는 선한 의도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점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나비효과’와 닮았다. 장현수는 요령부득의 공중볼을 찼고→이 부정확한 패스를 박주호가 무리하게 받으려다 허벅지 근육을 다쳤으며→대타로 들어간 김민우가 태클로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었다. 김민우의 이 태클도 장현수의 패스 실수가 발단이었다. 경제정책의 나비효과는 이렇다. 소득주도성장을 목표로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하자→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해고해→실업률이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소득 양극화는 심해졌다.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과 “봄비가 많이 와서”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오심은 경기의 일부이고, 날씨도 경제환경의 일부다.
1, 2차전의 태클 참사로 한국 축구대표팀은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마지막 독일전에서 2점 차 이상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기거나 아니면…’ 등등 난수표 같은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처지가 됐다. 설사 16강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축구는 ‘기분’의 문제다. 선수와 감독을 원망하고 4년을 기다리면 또 다른 월드컵이 온다.
하지만 경제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내수 활성화라는 소득주도성장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 않으면 선수와 감독을 비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대표팀 선수들이 시야를 넓혀 상대 수비수를 확인하고 동료 선수들과 눈빛을 교환해가며 이기는 경기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발밑의 공만 보고 엉뚱한 방향으로 드리블하거나 어설픈 태클로 실점을 부른다면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 경제는 실패해도 4년 후를 도모할 수 있는 월드컵이 아니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