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도시 가이드/제프 마노 지음·김주양 옮김/352쪽·1만5000원·열림원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도둑들의 눈에 보이는 건물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건축 전문 블로거가 범죄와 건축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 분야 ‘선구자’는 1870년대 미국에서 수없이 은행을 턴 도둑 조지 레오니다스 레슬리(1878년 사망)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수법은 마치 여러 명이 작전을 짜 절도 행각을 벌이는 ‘떼도둑 영화’의 전범과 같다. 건축학도였던 레슬리는 잘나가는 건축가 행세를 하며 파티에서 만난 월가 기업가와 금융업자를 속여 은행의 설계도를 확인했다. 이어 실물 크기의 건물 모형을 만들고 초 단위로 동선을 짜 일당들과 절도 리허설을 한 뒤 도주로를 확보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재치 있지만 과장됐다 싶은 표현도 많다. “도둑은 건축물의 새로운 사용 방법을 찾아내는 ‘공간 설계의 적극적인 참여자’이고, 그들이 침입하려는 건물과 건축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문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범죄를 미화하거나 그 수법을 가르치는 건 아니다. 논픽션 버전으로 영화 ‘도둑들’이나 ‘오션스’ 시리즈를 보듯이 읽으면 적당하겠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