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트럼프, ICBM 폐기 얻고 ‘완전 비핵화’ 잃어선 안 된다

입력 | 2018-06-08 00:00:00


북한이 지난달 중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용 시설물 일부를 파괴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평북 구성시 북쪽 이하리에 있는 미사일 시험장 내의 미사일 고정장치가 사라졌다고 한다. 북한이 지난달 24일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더불어 추가 핵·미사일 실험은 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는 긍정적인 작은 진전이지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는 사실상 무관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백악관의 움직임은 나흘 앞으로 다가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CVID에 대한 합의 대신 선언적 의미의 비핵화에 그치고, 추가로 북-미 회담을 수차례 더 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6일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 이상의 만남, 한 번 이상의 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미 일부 언론은 벌써 2차 북-미 회담 장소에 대한 추측성 보도까지 내놓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 합의는 추가 회담 과제로 넘기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쇄와 같은 구체적이고 확실한 성과를 내는 데 자족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 본토 도달 핵·미사일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내 정치적으로 큰 업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비핵화 선언 역시 2005년 9·19합의보다 조금이라도 진전된 수준이 된다면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업적으로 포장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 선언만 이룬 채 추가 협상으로 접어들면 중간 과정에서 고꾸라지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합의의 뼈아픈 실패 경험이 경고해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애써 구축해놓은 국제 제재도 허물어질 수 있다.

물론 CVID는 한 번의 회담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을 외쳤던 것은 북핵 문제에 대한 이해의 부족 때문이었을 것이다. 콘웨이 고문이 “대통령이 최근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브리핑을 받고 있다”고 전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학습을 거쳐 기대수준을 조정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회담은 비핵화 여정의 시작이다. 속도와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출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합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북-미 회담의 목적은 ICBM 동결이나 ‘평화 이벤트’가 아니라 CVID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