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길/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정혜용 옮김/160쪽·1만800원·열린책들
20대 초반 모로는 훈련을 위해 미슐랭 스타 식당에서 무급으로 일했다. 그러나 겉만 화려한 그곳의 주방에는 구태가 도사리고 있었다. 재료를 잘못 준비했다는 이유로 요리 도구에 맞아 코피를 흘린 모로는 그 자리에서 식당을 떠난다. 그리고 기존의 시스템이 제공하지 못하는, 매일 다른 메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연다. 독특한 미식으로 성공 궤도에 오른 모로는 4년 뒤 방콕으로 떠난다.
이런 모로의 여정은 밀레니얼 세대를 그리고 있다. 모로는 시스템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것을 적당히 이용해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그는 언제나 ‘요리사’가 아닌 ‘개인 모로’다. 멀리서 보면 파격의 연속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자신이 있다.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과 용기가 생긴다.
이 책은 프랑스 쇠유 출판사가 역사·사회학자 피에르 로장과 기획한 총서 ‘삶을 이야기하다’의 일부다. 프랑스 사회의 거대 담론에 가려진 개인들을 이야기하기 위한 시리즈라고 한다. 총서에 포함된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