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내 생각은/이우신]물새도감으로 하나되는 韓-아세안

입력 | 2018-05-15 03:00:00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서해안 무인도에서 번식하는 노랑부리백로는 전 세계에 약 3000마리만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여름철 번식을 마친 노랑부리백로는 우리나라 갯벌에서 충분한 먹이를 먹은 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해 겨울을 보내지만, 이들이 정확히 어느 지역에서 월동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처럼 철새는 계절에 따라 여러 나라를 이동하여 생활하므로 이들의 분포와 현황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여러 국가가 인접해 있고 다양한 언어와 민족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와 철새를 공유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열대우림과 광활한 해안선 등으로 인해 철새들의 현황과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활동이 부족한 실정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흔히 아세안으로 불리는 10개국은 전 세계 생물종의 18∼20%를 부양하는 전 지구적인 생물다양성의 핵심 지역이다. 그러나 2100년까지 자연 서식지의 70∼90%와 생물종의 13∼42%가 소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은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5’ 등을 통해 습지와 습지 생물 다양성의 소실, 물새류 감소, 야생동물의 밀렵과 밀거래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에서는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통해 최고의 무역 대상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협력과 교류를 지원해 오고 있다. 아세안 지역의 환경 보전, 습지 보호는 우리나라 철새 보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아세안과의 환경 협력은 궁극적으로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중요한 촉매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아세안 창설 50주년을 맞아 한-아세안 협력기금으로 제작된 아세안 물새 도감을 출간했다. 이번 도감은 아세안 10개국의 저자와 한국의 저자 5명이 참여했고,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지역의 물새를 단 한 권의 도감으로 식별할 수 있는 자료다. 아세안 지역에 무상으로 배포돼 이 지역의 물새 모니터링과 교육 훈련, 인식 증진 활동 등에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본 도감의 발간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물새류의 감소가 빠르게 지속되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 인식 증진을 위한 기반이 조성되고, 궁극적으로 아세안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서 사람과 물새가 공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