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오락가락 논란
○ 바뀐 집필기준에 27년 전 논쟁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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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한민국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유엔 결의는 1948년 당시 선거가 가능한 ‘남한지역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봐야 한다는 게 진보진영의 주장이었다.
해묵은 논쟁이 역사교과서로 옮겨온 건 이명박 정부 때다. 당시 교육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처음으로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았다’라고 명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 개정 교육과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는 ‘유엔에 의해 합법정부로 승인됐다’고만 돼 있었다. ‘한반도의 유일한’이란 부분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일부 출판사가 2009 개정 집필기준과 달리 합법정부의 전제로 ‘38도선 이남 지역’이라는 단서를 달자 교육부는 “객관적 사실을 오해하도록 했다”며 수정 명령을 내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유지됐으나 이번에 빠진 것이다.
○ “역사교과서에 정치색 입히는 정권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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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1948년 총선거 당시 유엔 임시위원단은 소련의 반발로 북쪽에 가지 못했다”며 “임시위원단이 관리한 선거는 한반도 남쪽뿐이기에 ‘한반도 이남’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한민국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인지 ‘민주주의’인지도 오랜 논쟁거리다. 노무현 정부까지 역대 모든 역사교과서에서는 민주주의라고 기술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꿨다. 민주주의라고만 쓰면 북한의 정치체제인 ‘인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이를 유지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다시 민주주의로 원상 복귀했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처음으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했다. 그전까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1919년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부터 온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뀌었다. 앞서 3차례 공청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6·25전쟁 남침 부분은 다시 포함됐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