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파리 특파원
한국계 프랑스 의원 두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나이는 의정 활동에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경력 면에서도 중장년 의원들에게 밀릴 게 없었다. 오 의원은 국제관계, 특히 중동 전문가다. 프랑스 그랑제콜, 독일 베를린 자유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했고 뉴욕과 서울 대사관에서 인턴을 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일한 뒤 국제관계 관련 미디어를 만든 전문가다.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외교정책 공약에 참여한 뒤 공천을 받았다. 당선 후 프랑스-이란 의원친선협회장을 맡으며 외교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손포르제 의원 역시 본업은 의사지만 2012년 사회당, 2017년 마크롱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해외 지역구인 스위스-리히텐슈타인 조직을 총괄해 공천을 받았다. 그 역시 코소보 지역 분쟁 전문가다. 프랑스-한국 의원친선협회장도 맡고 있다.
오 의원은 국회의원 연임을 최대 3선으로 제한하는 마크롱발 정치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우리는 재선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일하러 온 것”이라며 “의원을 오래하면 부패할 가능성이 높고 정치 바깥 현실과 단절되기 쉽다”고 말했다. 그의 보좌관은 단 두 명뿐이다. 보좌관을 두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모으기보다 직접 발로 뛴다고 했다.
손포르제 의원은 지금도 주말이면 원래 직장인 로잔의대에 가서 의사 일을 챙긴다. 본업이기 때문이다. 그도 오 의원도 국회의원을 오래할 생각이 없었다.
오 의원은 “경험이 많고 과거와 역사를 잘 아는 경륜 있는 정치인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너무 (그런 사람들로만) 편중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젊은 정치인은 더 진취적이고 변화에 민감하고 생각이 유연해 잘못을 빨리 깨닫고 바꾼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마음을 더 잘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젊은 의원의 장점이라고 했다.
이 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즐긴다. 프랑스의 정치 토양은 이 젊은 정치인들의 생각과 경력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 이들에게 ‘어떤 세력의 얼굴 마담’이나 ‘고참 유력 정치인의 병풍’이 아니라 진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맡기고, 그를 통해 그들의 역량을 키운다.
그러나 한국계 30대 지역구 의원이 프랑스엔 2명이나 있는데, 한국엔 1명도 없는 이유를 2030세대의 정치적 역량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