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파문 확산]김경수 의원 “경남지사 출마 강행”
“정쟁 중단 위해 신속한 수사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 의원은 이날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오전 10시 30분 경남도청 서부청사에서 예정된 출마 선언을 불과 1시간 40분 전에 갑자기 취소한 뒤 당 긴급 대책회의가 잇따랐고 하루 종일 ‘출마냐, 불출마냐’를 놓고 고민하다 출마를 선택했다.
김 의원은 “불출마를 포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함께 고민했다. 당에서 지도부와 상의하고 (출마 여부를)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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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범계 수석대변인 명의로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19일 오전 9시 국회 정론관 김경수 의원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문자메시지를 19일 오전에 보내도록 전날 오후 10시경 예약발송을 걸어놨다. 19일 오전 9시 기자회견 내용은 김 의원의 경남도지사 불출마 선언이었다. 이는 박 수석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이미 전날 김 의원의 불출마 의사를 전달받고, 그의 뜻을 수용할 의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8일 경남 김해 자택에서 하룻밤을 묵은 김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오전 7시 김해공항에서 서울행 첫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오전 상황이 급반전됐다. 민주당은 예약발송 서비스에 따라 김 의원의 ‘오전 9시 기자회견’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발송한 지 2분 만인 오전 8시 32분 서둘러 ‘기자회견 취소’를 알리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이어 17분 뒤 김 의원 측은 이날 오전 10시 반으로 예정된 경남도지사 출마선언을 취소한다는 공지를 돌렸다. 그 시간 이미 서울에 와있던 김 의원이 1시간여 만에 경남도청으로 가서 기자들을 만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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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부가 처음에는 김 의원의 불출마 의사를 수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막상 불출마 선언이 가까워오니 ‘뚜렷한 죄가 없는데 왜 책임을 지느냐’는 목소리가 번졌다”고 전했다. 지방선거 판 자체가 드루킹 파문으로 뒤덮일 것을 우려해 김 의원의 불출마를 받아들이려던 당 지도부도 ‘김경수가 무슨 죄냐’는 당내 여론이 확산되자 입장을 바꿔 출마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 靑 “김경수 불출마 안 돼” 당에 메시지
실제로 19일 오전 11시 추미애 대표와 이춘석 사무총장, 박 수석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오후 4시까지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도 “불출마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가 입장을 바꿔 김 의원에게 출마를 설득한 데에는 청와대의 메시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상황이 바뀌자 김 의원은 이날 몇 시간 동안 서울 모처에서 장고를 거듭하다 결국 오후 4시 30분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취소했던 경남도청 기자회견을 20일 오전에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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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김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야당이 그의 불출마를 계기로 댓글 조작 사건으로 정국 자체를 흔들려 했을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고 한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어차피 바람이다. 김경수가 흔들리면 야권이 댓글 조작 사건으로 똘똘 뭉쳐 PK(부산경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