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佛 장애인 고용 카페 잇단 개장
프랑스 파리의 카페 ‘주아이외(Joyeux·기쁨)’에서 일하는 로즈마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가게로 자신을 찾아온 멜리로부터 볼 뽀뽀를 받고 있다. 로즈마리 씨와 멜리 씨는 모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멜리의 엄마 페기(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로즈마리에게서 아들의 희망을 본다”며 기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이 카페는 지난달 23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오픈한 뒤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개점하는 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가 찾아와 축하해 주었다.
다운증후군 장애인 멜라니 세가르 씨가 지난해 공영방송 프랑스2 메인뉴스에서 일일 기상캐스터로 나선 모습. 프랑스2 화면 캡처
이 가게의 모토는 ‘가슴으로 모시는 식당’. 손님을 부를 때도 고객(client)이라는 말 대신 초대손님(convive)으로 부른다. 집에 초대한 손님처럼 정성껏 모시겠다는 뜻이다. 가게 모든 직원의 신발은 왼쪽과 오른쪽 색깔이 서로 다르다. 왼발과 오른발은 다른 색깔이지만 그래도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매장 매니저 카미유 씨가 설명했다.
가게 주인 얀 뷔카유 랑르자크 씨는 2012년 생활이 어려워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국내외 여행을 경험시켜주는 ‘에메랄드 범선 사회 연대’ 재단을 만들었다. 6년 동안 병자, 부랑자, 노숙인 등 6500여 명이 재단을 통해 범선 여행을 했다. 4년 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장애인으로부터 “덕분에 해외로 나가서 감사하지만 나한테 일자리를 줄 수 없겠느냐”는 질문을 듣고 그는 ‘주아이외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프랑스 북서부 렌 지역 1호점에 이어 파리에 2호점을 냈다. 그는 “스타벅스와 경쟁할 것”이라며 “보르도나 릴 쪽에도 가게를 낼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2층 주방에는 21세 장애인 루이 씨가 요리 매니저 가랑드 씨에게 배를 넣은 잼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배를 자르고 있었다. 루이는 “오늘 당근 케이크도 함께 만들 예정”이라며 “빵 만드는 게 너무 재밌다.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 있는 요리를 묻자 “초콜릿”이라고 수줍게 말한 루이는 “제과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날 로즈마리에게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3년 전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뒤 가족이 서로 친구가 된 페기 씨가 막내아들 멜리를 데리고 온 것. 멜리 역시 다운증후군 장애인으로 로즈마리 가족과 쉽게 친구가 됐다. 로즈마리는 연신 멜리를 껴안고 뽀뽀하며 반가워했다. 로즈마리가 취직을 했다는 소식에 파리에서 70km 떨어진 집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페기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함께 뒹구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