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일단 보류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잠깐이나마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지만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이 아니고 같은 과정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논란이 이어지는 내내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핵심공정 노하우가 들어 있으며, 외부 유출 시 중국 등 후발업체에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환경부에 1년에 두 차례씩 보고하는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에는 △레이아웃 △공정 및 베이(bay·각 공정설비가 설치된 공간) △공정 간 배열 △설비 기종 △보유 대수 △배치 △사용 화학물질의 종류 및 사용량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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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 참석했던 전문가 A 씨는 익명을 전제로 “이런 논의 자체가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전문가라면 작업환경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고서에 중요한 내용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비전문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차이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이 수년간 연구해온 산물”이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의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공개한 ‘티어 2(Tier2 리포트)’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와는 다른 성격의 문서로 영업비밀 사항은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티어2 리포트 속에 포함된 사업장의 일반적인 정보나 유해화학물질의 저장량 및 취급 현황 등은 한국에서도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지역주민에게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는 이미 모든 산재 판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산재 신청에 필요한 경우라면 해당 내용을 본인도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 등의 방법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다만 정보 유출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전문위의 판단이 나왔지만 산업기술보호위원회까지 거쳐야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걸 정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산업기술보호위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산업부는 최대한 빨리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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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jhk85@donga.com·유성열 / 세종=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