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전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은 스페인 내전(1936∼1939년)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을 지원하면서 독일군이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 독일군의 볼프람 폰 리히트호펜은 새 항공전술을 선보였고 이 전술 중 하나가 오늘날엔 극도로 지탄을 받는 민간인 대상의 도시폭격이다. 독일 공군의 활약에 고통을 겪던 스페인 혁명군 병사 중에 조지 오웰이 있었다. 이상적 사회주의자였던 오웰은 기자로 스페인에 왔다가 하는 일 없이 식량만 축내고 있는 자신이 싫어져서 파시스트 한 명은 죽이겠다는 각오로 의용군에 입대했다.
오웰은 하늘에서 새로운 전술을 시현하고 있는 ‘미래의 병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조금 엉뚱한 감상을 남겼다.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악다구니와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싸우느니 차라리 달아나겠다고 한 사람들이 이런 일을 했다.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람들은 참호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이런 격한 분노가 찾아왔을 때 오웰은 하늘 위 공포의 병기를 쳐다보며 위안을 얻었다. ‘다음 전쟁에선 몸에 총알구멍이 난 후방의 애국자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