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필자는 원래 다문화가정 주부가 아니라 국비 장학생으로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남편과 만나 결혼한 뒤 상상하지도 못했던 삶을 살고 있다. 당시 양가 어른들은 국제결혼이 힘들 것이라고 말씀했는데, 나와 남편은 당사자들이 서로 좋아하면 안 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결혼한 뒤 당사자들만 서로 좋아한다고 해서 결혼생활과 삶의 질이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사회가 새로운 구성원들에게 조기 적응과 안정적인 정착에 뒷받침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다문화 사회와 가정을 위한 법과 정책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필자는 최근 3년 동안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다문화 인식 개선과 관련된 수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수업만 진행했는데, 수업을 하다 보니 학부모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하면 좋을 것 같아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국가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절차, 행정시스템, 관료제 등을 배우고 있다.
2011∼2016년 다문화청소년을 대상으로 배경, 학교생활, 심리사회적응, 신체발달, 부모자녀관계, 정책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종합적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됐고 관련 정책이 세워졌다. 하지만 오랜 조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관련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조사 결과물은 바로 공개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연구자 등을 위해서 관련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필자처럼 다문화 사회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다문화사회는 아직 소수 집단이라서 다문화와 관련된 자료는 많지 않다. 연구자들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정 연구자 개인이 조사하거나 연구하려면 재정은 물론이고 시공간의 제약이 뒤따를 것이다. 더군다나 연구 당사자가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를 잘 알지 못한다면 일반적인 연구보다 추가 비용이 더 들기 마련이다. 이렇게 연구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분야의 경우 일정 기간이 흐른 뒤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자료를 공개한다면 이해 관계자들은 공개된 결과물을 바탕으로 더 풍성한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연구 담당자, 주제, 담당기관 등의 여러 사정에 따라 외부에 모두 공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해당 분야 연구자들에게라도 공개했으면 싶다. 이런 의견 제시가 연구 성과물을 공유하기 위한 ‘무임승차’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조사 기관들은 전문가 조언, 학술대회 등을 거쳐 보다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혹시 모를 오류 등을 고치기 위해서 당장 자료들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가 역으로 다문화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의 가공하지 않은 조사 결과 등만 공개해도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은 더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은 다문화 사회를 위한 제안과 정책이 나올 수 있고, 이 분야가 좀 더 성장의 속도를 낼 수도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분야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문화 사람들이 공존하는 문화도 빨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