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건우-파레디스(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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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오프와 2번타자의 조합인 테이블세터는 현대야구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역할이다. 교과서적인 개념의 테이블세터는 발 빠르고 출루율이 높은 리드오프와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난 2번이 조합을 이룬다. 1번이 출루하고 2번이 최대한 득점권까지 진루시킨 후 3~4~5번 클린업트리오에게 찬스를 연결시키는 이름 그대로 밥상을 차리는 역할이다.
그러나 야구에 정답은 없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타자 최희섭은 2005년 LA 다저스에서 2번으로 자주 기용됐다. 홈런타자지만 선구안이 매우 뛰어난 강점을 살린 전략이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전통적인 테이블세터와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전술을 계획하고 있다. 두산은 스프링캠프 평가전에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1번 박건우(28), 2번 지미 파레디스(30) 조합을 테스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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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레디스는 일본 지바 롯데에서 뛴 경험이 있지만 세밀한 야구보다는 호쾌한 스윙을 하는 타자다. 번트, 히트 앤드런 등 작전 수행능력과는 거리가 멀다.
김 감독은 “시즌 때 1회부터 희생번트 사인을 낼 일은 거의 없다. 1루에 주자가 있으면 1루수가 베이스 가까이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중간 안타 코스가 더 넓어진다. 박건우와 파레디스가 테이블세터를 맡으면 장타력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득점 루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파레디스는 “미국에서 2번 역할을 많이 해봤다.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관건은 파레디스의 KBO리그 적응 시간이다. 파레디스는 지난해 일본에서 큰 스윙으로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며 고전했다. 2번에 고정되기 위해서는 시즌 초부터 기복 없는 안타 생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일본에서는 낙차 큰 포크볼에 고전을 많이 했지만 두산 입단 후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변화구 공략을 위한 스윙 타이밍 교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