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비핵화 외교전]북미정상회담 기대-우려 교차
○ “북-미 회담 전제조건 있다” “아니다, 없다” 백악관도 오락가락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하겠다는) 말과 수사에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볼 때까지 이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몇몇 약속을 했다”면서 “우리는 구체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행동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의 구체적 조치 발언이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생겼다”는 논란으로 이어지자 백악관이 언론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 대변인이 대화를 위한 새로운 전제조건을 붙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백악관이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정상회담 제안은 수락됐고,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북한이 제시한 약속을 조금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회담 자체를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백악관을 겨냥해 “북한은 비핵화가 목표라고 했지 정상회담 전에 비핵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논란은 일종의 해프닝처럼 끝났지만, 백악관 내부에 ‘이번만큼은 북한의 대화 전술에 속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전까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압박해 나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0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누가 알겠나. 만약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는 (협상 테이블을) 금방 떠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북-미 회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 워싱턴 조야, “북한에 또 속으면 안 된다” 경계론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동아일보에 보낸 e메일에서 “북한이 2005년 9·19합의 때 비핵화 합의문까지 쓰고도 검증 단계를 거부하며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결과적으로 속인 일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대화에 앞서 검증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나와야 신뢰의 고리가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는 것과 함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재가입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주요 매체들과 민주당이 충분한 고려 없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받아들인 것에 우려를 나타낸 반면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8일 성명을 통해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농락하려 든다면 그걸로 당신과 당신의 집권은 끝”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레이엄 의원의 성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능력에 굉장한 신뢰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