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안희정 검찰조사 이후 추적 보도
새벽 수도권 은신처로 이동 검찰에서 9시간 반가량 조사를 받고 수도권 모처로 이동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0일 오전 4시 반경 휴게소 주차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에게 “아내가 가장 힘들다. 가족 곁에 있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위쪽 사진). 안 전 지사가 탄 차량이 수도권의 은신처로 향하고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0일 오전 4시 반경 수도권 외곽의 한 휴게소 주차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해 9시간 반가량 조사를 받은 뒤 승용차를 타고 수도권의 모처로 향하던 길이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와 대화를 하다 갑자기 헝클어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계단에 쪼그려 앉았다. 멍하니 허공을 주시했다.
○ 안희정 “날 내버려둬 달라”
이날 안 전 지사가 탄 차량을 운전한 안 전 지사의 친구는 “(안 전 지사가) 잘못은 했지만 친구의 초상을 치르기 싫어서 도와주고 있다”며 “이 친구의 아내가 지금도 걱정이 돼 집에서 잠을 못 이루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성폭행 피해자 김지은 씨(33)가 고소한 내용의 사실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그 얘기는 하지 맙시다”라며 답을 피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다가 불안한 듯 휴게소 주차장을 서성이며 연달아 담배를 피웠다. 그는 “지난 월요일(5일) 관사를 나온 후 옷을 한 번도 갈아입지 못했다”며 “어제까지 아내가 있는 곳에 머물렀는데,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날이 5일이다.
휴게소에서 2시간가량 머문 안 전 지사는 오전 6시 반경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오전 8시경 수도권 모처의 목조 조립식 건물에 도착한 안 전 지사는 이곳에 머물며 검찰의 소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안 전 지사 측은 “안 전 지사의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가족과 함께 머물며 사죄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는 김 씨가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고 있던 때 일방적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유를 묻자 “소환을 기다렸습니다만 견딜 수 없게 저도…”라고 말했다. 김 씨 측은 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행동이 아니다. 매우 유감이다”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는 검찰청사를 빠져나간 자신의 차량을 일부 언론사 차량이 따라붙자 차를 세우고 나와 “제발 나를 좀 내버려둬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 “강압적 성관계 없었다” 혐의 부인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김 씨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두 사람의 진술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김 씨가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러시아와 스위스 출장에 동행했던 충남도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도 벌이고 있다.
또 안 전 지사에게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 A 씨는 이번 주초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
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