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룸-애프터눈 티 ‘茶 열풍’
티타임의 꽃 ‘애프터눈 티’ 세트는 1단 샌드위치, 2단 스콘 등 빵류, 3단 디저트로 구성된다. 최근 차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인당 2만∼3만 원대의 티 세트를 선보이는 카페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쉐라톤서울디큐브시티호텔 제공
업계에서는 요즘 차 문화를 선도하는 이들은 ‘밀덕(밀크티 덕후)’과 ‘40대 언니들’로 보고 있다. 직장인 김미정 씨(34)는 지난해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돌던 사진 한 장에 영혼을 빼앗겼다. ‘말간’ 살구빛 액체가 든 아빠 스킨 같은 병엔 ‘보틀 밀크티(Bottle Milktea·병 밀크티)’란 라벨이 붙어 있었다.
“유제품을 좋아하는데 어떤 우유보다 구미가 강하게 당겼어요. 꽃 향도 나고 어릴 적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던 분유 우유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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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에 우유와 꿀 등을 섞어 부드러운 풍미를 자랑하는 밀크티(왼쪽)와 최근 프리미엄 티룸 ‘오설록 1979’를 개점한 오설록의 티. 동아일보DB
최근엔 지난해에 비하면 대중적인 인기는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 하지만 좀 더 전문적이거나 깊게 차 전반에 빠져드는 ‘밀덕’이 많아졌다. 밀크티 전문점인 ‘소셜클럽’의 장재욱 대표(28)는 “밀크티로 시작해 차 세계에 매료된 이들이 적지 않다”며 “다만 프레르, 로네펠트 등 브랜드 티 룸과 개인이 운영하는 티 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역인 40대 여성은 ‘혼족’ ‘욜로’ ‘배움’이란 트렌드에 반응하며 차 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모 씨(43)는 요즘 한 달에 한 번 중세시대 귀부인으로 변신한다. 동대문에서 장만한 공단 이브닝드레스로 ‘드레스 업’한 뒤 친구들과 티 룸에서 정례 모임을 갖는다.
“보기만 해도 황홀한 3단 트레이에 담긴 디저트와 차, 그리고 수다를 즐겨요. 자신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해야 인생도 좋은 시간으로 메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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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에서 차 문화는 다소 ‘어른’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일본 대만과 달리 산지가 늦게 발달한 점도 대중적인 확장을 더디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광복 뒤 급격한 경제성장의 열차를 탔던 한국은 ‘빨리빨리’ 타 먹는 믹스커피 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천천히 음미하던 조선의 차 문화가 밀리는 형국이었다고 본다.
미국 차 브랜드인 ‘스티븐스미스티’의 장호식 대표도 “2016년 스타벅스가 출시한 티 브랜드 ‘티바나’가 대박을 친 후 차에 대한 인식이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며 “커피 일색이었던 한국 음료시장이 다변화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티 전문점 ‘카페샌드박’ 대표이자 티 소믈리에인 박혜정 씨는 “영국 차 문화는 오후 시간대 사교의 성격이 짙고 일본의 차 문화는 외양적인 격식을 중시 여기는 측면이 강하다”며 “한국은 엄마들이 자녀를 교육기관에 보낸 뒤 ‘오전 11시 티타임’을 갖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어떤 성격의 차 문화가 만들어질지 흥미롭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