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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동아]심장판막 재이식 어려운 고령환자 수술없이 치료

입력 | 2018-02-28 03:00:00

고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수명다한 기존 이식 판막 안에 새 판막 삽입하는 시술 성공
80대 승모판막역류증 환자 살려




《# 과거 심장수술을 했던 A 씨(82·여성). 17년 전 수술받았던 승모판막의 기능이 세월이 지나 약화됐다. ‘승모판막역류증’이 발생했지만 수술을 다시 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담당 의료진의 판단이었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 하지만 A 씨는 최근 고대 안암병원에서 수술없이 승모판막 이식시술을 받고 10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승모판막역류증은 심장 내부의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거꾸로 흐르는 질환이다. 온몸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기 어려워져 폐혈관에 울혈이 생기고 결국 폐부종으로 진행된다. 심한 호흡 곤란도 유발한다.

승모판막역류증은 주로 나이가 들면서 퇴행변화로 발생한다.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심장에 잡음이 느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중년 이상의 성인은 약 20% 이상이 질환을 앓고 있을 만큼 흔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거나 경미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중증 승모판막역류증으로 인한 심부전은 약물로 치료가 어렵다. 환자의 증상이 심하거나 심장 기능이 감소한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 판막 상태에 따라 판막을 교정하는 ‘판막성형술’이나 손상 정도가 심하다면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판막치환술’을 통해 치료한다.

승모판막이식은 현재까지 가슴을 여는 수술이 표준 치료다. 그러나 고령자를 비롯한 고위험환자에게는 시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수술위험도를 측정하는 STS(수술 후 30일 내 사망 가능성)가 8% 이상이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A 씨의 경우 STS가 13%로 수술 위험도가 극히 높은 상태였다. 또 고령으로 노쇠해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타 병원에서 고대 안암병원으로 내원하게 됐다.


수술 없이 시술로 안전하게 치료

A 씨가 받은 시술은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TMVI)’이다. 승모판은 좌심실과 좌심방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대퇴동맥을 통해 들어온 도관은 우심방과 우심실 쪽으로 심장에 들어간다. 좌우 심장 사이의 벽에 구멍을 내는 ‘심방중격천공’을 한 후 기존 승모판막에 새 인공판막을 넣는다. 세계에서도 극히 드물고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단계인 최신 치료법이다.

이미 경피적대동맥판막이식술(TAVI)을 비롯해 비수술적 판막 이식술을 시행하고 있는 고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유철웅 교수팀은 A 씨에게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을 적용했다. 시술은 유 교수의 주도하에 주형준, 박희순, 국형돈 교수 등 시술파트와 초음파 파트의 박성미 교수를 비롯해 순환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의 의료진이 함께 진행했다.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을 시행 중인 고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유철웅 교수팀. 박성미 교수가 경식도 초음파를 통해 환자의 심장구조에 대한 정밀한 영상을 얻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 제공

시술팀은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카테터)을 심장으로 접근시켰다. 심방벽에 작은 통로를 만들고 반대편에 있던 승모판에 접근했다. 승모판은 3차원적 구조이기 때문에 시술 중 각 파트 간의 정확한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초음파 파트에서 경식도 초음파를 통해 정밀한 3차원 이미지를 구현했다. 시술파트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승모판 안에 새로운 판막을 이식했다. A 씨의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기존에 이식받은 판막 안에 새로운 판막을 삽입하는 것을 ‘Valve in Valve(판막 내 판막)’라고 한다. 인간수명이 늘어나고 치료법이 발달하면서 기존에 이식했던 판막의 수명이 다하거나 기능을 상실해 판막을 다시 이식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첫 판막이식 때보다 환자의 나이는 많아지고 그만큼 수술 위험도 크게 증가해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사회로의 돌입으로 앞으로는 이미 치료한 판막 안에 새로운 판막을 삽입하는 ‘Valve in Valve’ 시술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시술 성공은 다양한 구조적 심장질환에 비수술적 치료방법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하게 적용 가능해
유 교수팀은 판막질환 시술에 있어서 독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중증 대동맥판막역류증 환자에게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실시해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인공판막 대신에 특수링을 끼워 판막기능을 복원하는 ‘카바(CAVA) 수술’을 하고 나서도 판막역류증이 발생한 중증 대동맥판막역류증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을 성공시켰다.

대동맥 판막은 심장의 좌심실과 혈액이 온몸으로 펴져나가는 대동맥 사이에서 혈류의 역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동맥판막역류증은 판막장애로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뿜어져나간 혈액이 다시 좌심실로 되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심장은 되돌아온 혈액만큼을 보충하기 위해 더 강하게 수축한다. 결국 심장에 과부하가 생겨 심장기능을 상실하고 심부전이 발생하게 된다. 대동맥판막역류증은 최종적으로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대동맥판막역류증이 발생하면 손상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꿔주는 수술을 한다. 수술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약물로 증상을 개선하는 것 외에는 달리 치료방법이 없었다. 원래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은 대동맥판막역류증이 아닌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고안된 치료법이다. 유 교수팀은 환자가 카바수술을 받았을 때 삽입된 링을 지주 삼아 인공판막 장착에 성공하면서 비수술적 판막이식 시술의 범위를 넓혔다.

고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는 이번 TMVI 시술과 TAVI 시술을 비롯해 고위험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를 적극 도입하고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2건의 TMVI 시술을 앞두고 있는 유 교수는 “가슴을 여는 외과적 수술의 위험 부담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방법을 고려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시술의 적응증을 확대해 더 많은 환자가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