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아이한 카디르 한국외대 국제개발학과 교수 터키 출신
첫 번째 사례는 귀화와 관련이 있다. 중동의 한 나라에서 한국에 온 지 20년 정도 된 한 분은 최근에 귀화하기로 했다. 모든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출입국관리사무소 국적과에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국적법 10조에는 ‘국적 취득자의 외국 국적 포기 의무’가 있다. 자국 대사관으로부터 그 나라 국적을 포기했다는 서류를 가지고 출입국관리사무소 국적과에 제출해야 한다.
이분은 몇 달 동안 대사관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대사관은 필요한 그 서류를 안 주고 있다. 한국 법과 법무부 심사에 따라 이분은 한국 국적을 가져도 되는, 그리고 아마도 한국인이 되면 한국에 기여할 만한 분인데도 모국 대사관이 그 서류를 준비해 주지 않아서 귀화할 수 없게 된다. 대사관에 있는 분들이 게을러서 그렇든 정책상 국적 포기를 원칙적으로 반대해서 그렇든 간에. 이 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분들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다.
한국 법무부가 보기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에 적당한 사람이 다른 나라 대사관의 상황 때문에 귀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쉽고 억울한 일이다. 한 가지 해결 방법은 국적 포기 의무 관련 서류를 국적법 13조 1항에 나오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을 서약하고 법무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다는 뜻을 신고한다’ 정도로만 하는 것이다. 이 서약을 하고도 귀화한 사람이 한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한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 자체로 한국 국적이 취소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사관에서 국적을 포기했다는 서류를 받아 제출하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두 번째 사례는 비자와 관련이 있다. 최근에 유럽의 한 나라에서 온 후배를 만났다. 그 친구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사과정에 있으며, 그 학교 교수들이 보기에 국제대학원에서 다른 교수와 함께 강의를 할 만한 자격이 된다. 그런데 그 친구가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려면 교수 비자가 필요하고, 교수 비자를 받으려면 박사학위와 2년 해외 교수 경험이 필요하다. 아직 박사과정이라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 유학생 비자로 들어오면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쉽게 승인을 받아서 식당부터 연구소까지 알바를 할 수 있다. 대학에서만 강의를 못 하는 것이다. 박사과정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 더 많은 기여가 될까,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더 많이 기여가 될까? 대학에서는 강의를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는다. 교수들이 판단했을 때 강사로 계약할 만한 자격이 있고 필요한 사람이라면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박사과정 유학생들이 강의를 못 하게 할 이유가 없다.
내 생각에는 지금까지 한국에 박사과정 유학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외국인 친구들이 국회에서 자신과 같은 사례가 더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안을 만들어 달라며 각종 활동을 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이다.
아이한 카디르 한국외대 국제개발학과 교수 터키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