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바이오 동물실험센터
오리엔트바이오는 현재 탈모 치료용 신약물질인 ‘OND-1’의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특히 이 제품은 먹는 약이 아닌 탈모 부위에 직접 바르는 제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약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기존 물질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원.
오리엔트바이오가 특허를 갖고 있는 발모 물질인 OND-1은 기존 약의 화학적 유도체화를 통해 독성을 낮추고 발모 효능을 향상시킨 우수한 물질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20개가 넘는 세계 주요국에서 특허 등록이 완료됐다. 오리엔트바이오의 발모제 신약은 대머리원숭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실험에서 경쟁 약제 대비 뛰어난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발모 효과를 극대화한 것만으로도 가치가 높은 데다 기존 물질보다 독성까지 낮춰 이상적인 발모제 화합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상 2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위상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산업은 기술 집약적이고 미래가치를 담은 영역인 만큼 국내 바이오 업계의 성장 가능성 또한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오리엔트바이오의 도전정신과 현재까지의 성과만으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여러 고비를 겪으면서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뤄온 성과라는 점에서 존경할 만한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신약개발은 바이오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개발하는 기업엔 기술력을 칭찬해주고 실패한 기업엔 위로와 격려를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와 국민이 너무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현실은 아직은 우리 수준이 여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 같은 시선과 성과를 내라며 조바심을 내는 시각에 대해서 오리엔트바이오의 장재진 회장은 “신약개발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 시간과 선투자 등 많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특히 “연구개발 과정에서 얻어지는 수많은 경험은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이러한 도전이 모여서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신약개발은 당장의 성과 이상으로 가치가 높은 도전이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경쟁력들이 그 기업의 노하우로 쌓여 또 다른 신약개발에 밑거름이 될 것이고 나아가 국가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오리엔트바이오 본사 전경.
오리엔트바이오는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려서 임상 2상에 도전한다. 이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연구 초점이 독성 및 발모 효능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어떤 다른 상품이나 물질과는 달리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허를 받은 지 어언 10년이 지난 2011년 드디어 미국 FDA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신청했고 전 임상을 과학적으로 입증받은 결과 임상 1상이 허가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한국의 중견기업으로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목표에 오로지 자신의 역량으로 도전해야 했던 만큼 자금 사정 등 예상치 못한 이유로 진행이 늦어지기도 했다.
결국 임상 1상은 충실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경쟁력이 있는 국내에서 하기로 했다. 당시 국내의 연구 인력이나 시설은 물론 실험동물 등의 인프라도 글로벌 수준에 올라 있어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확신했으며, 한국의 우수한 연구진과 의료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었고 최근엔 한국이 임상 1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신약의 임상 1상 파트너로 국내 최우수 임상기관인 종합병원을 선정해 6개월 동안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 등의 실험을 진행했다.
발모제 개발의 핵심은 약물전달 기술이었다. 연구개발 초기부터 OND-1의 분자 크기가 피부 침투에 적절하지 못한 것을 인지하고, 효과적인 모낭 전달을 위한 물리화학적 약물전달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최근 가시적 성과가 보이고 있다. 이 피부침투 전달기술은 향후 임상 2상의 유효성 평가 및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사용 편리성과 관련된 것으로 신약 개발 후반부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장 회장은 “앞으로 바이오 신약개발은 희망이다.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의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비록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실패의 가능성 또한 열려있는 과정이지만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 기업들을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사회가 미래가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이 그리는 미래를 밝혔다.
“인공지능 활용… 한국, 바이오 강국 만드는 데 기여”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개발과 실험동물 개발을 잘 응용한다면 한국 바이오산업이 세계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리엔트바이오 장재진 회장은 바이오기업의 경우 기술에 투자하고 차근차근 성과를 내다보면 이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기술집약적인 산업이 발전하고 이를 통해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까지 높아지는 것이다. 이점에서 그가 발모제 개발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어려운 길이더라도 필요하면 가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험동물 생산업체로서 국내 바이오 인프라의 기반 구축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새로운 기술 실험에 도전하겠다는 뜻 또한 분명하게 밝혔다. 오히려 중견기업들이 AI 등 신기술을 도입하면 더 빠르게 연구와 실험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노바티스나 로슈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최근 AI에 관심을 보이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또한 장 회장은 “신약개발과 관련해서 화학물질, 바이오, 자연 등 기초 기반이 어디에서 나올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노력하는 자에게 벼락처럼 찾아오는 성과가 바로 신약개발이라는 점을 일깨우는 발언이다. 그러나 이를 우연으로 치부할 수는 없고 오히려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산업 특성에 비춰볼 때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정책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불거진 동물실험 논란에 대해 그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동물이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아니라며 새로운 의약품으로 안전한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게 인식돼야 한다고 했다. 장 회장은 “인간과 동식물 등 생물체 모두가 공존할 수 있도록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연구개발의 중요성”이라고 했다.
이솔 기자 sol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