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대진대 교수
한반도의 지진은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피해가 적었을 뿐 과거부터 이미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증거가 많다. 기상청에 따르면 1978∼2015년 지진은 한 해 평균 33회 발생했으나 2016년에는 254회가 발생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도 여러 차례 지진에 관한 기록이 있다. 특히 조선시대 단종 때 지진이 빈번했다고 한다. 단종 즉위년인 1452년 한 해에만 6번의 지진이 일어났다. 단종 3년 1월엔 대지진이 발생해 경상도 초계(현 합천)와 전라도 전주 등에서 담과 가옥이 무너졌고 사람들이 깔려 죽었다고 한다. 지금 측정한다면 규모 7.0 정도의 지진으로 추정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볼트 교수는 이 상태를 ‘짐을 잔뜩 실은 낙타에 지푸라기 하나를 올려놓자 낙타 등뼈가 부러지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 조그마한 힘 중 하나가 지하수이다. 땅 속 지하수의 압력이 증가하면 암석에 생긴 미세한 균열 틈으로 스며들어 암석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단층면들 사이에 윤활작용을 해 지진을 촉진한다. 마치 이른 봄 해빙기에 바위틈에 얼었던 물이 녹아 흐를 때 윤활작용으로 낙석사고가 빈발하는 이치와 비슷하다.
지하수의 지진 촉발 효과는 1969∼1973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지하수 주입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지하수 주입량에 비례해 지진활동이 증가한 것이다. 필자가 소속한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지진 현상이 계절별로 매우 특이한 주기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육지에서는 가을과 겨울 사이에, 바다에서는 봄과 여름 사이에 지진이 많이 발생했다. 우기에 형성된 지하수가 땅속을 흐르면서 시간 차이를 두고 육지와 바다에서 지진을 촉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해 비가 오는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이런 기상 변화는 지하수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지진 발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지하수가 늘어나면 지진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지하수가 줄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매해 여름철 강우로부터 생긴 지하수는 우리나라 지각에 쌓여가는 힘을 적당히 풀고 조절하는 안마사의 역할을 한다. 기상이변이 지진의 규모와 횟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대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