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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모두 울었다…단일팀이 올림픽 무대 퇴장하던 날

입력 | 2018-02-21 05:30: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피리어드 종료를 알리는 부저가 울려 퍼졌다. 모든 여정이 끝났다는 허탈감이 머릿속을 스치는 찰나. 그간 참아왔던 눈물이 결국 터져버렸다. 한없이 냉철하게만 보이던 새라 머레이(30·캐나다) 감독의 얼굴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말없이 옆을 지키던 북한 박철호(49) 코치의 두 눈도 어느새 빨갛게 물들여지고 말았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북이 힘을 합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2018평창동계올림픽 모든 일정을 마쳤다. 20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 7·8위 결정전(1-6 패배)을 끝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퇴장했다.

이날은 단일팀 결성이 확정된 지 정확히 한 달이 되던 날이었다. 지난달 20일 스위스 로잔 합의를 통해 탄생한 35인 단일팀은 누구보다 거친 풍파를 겪었다. 밖으로는 정치적 간섭과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야했고, 안으로는 서둘러 손발을 맞추기 위해 시간을 쪼개야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림픽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단일팀은 스웨덴~스위스~일본을 상대로 한 B조 예선에서 3전 전패에 그쳤다. 이어 치른 스위스와 5~8위 결정전 역시 0-2 패배. 결국 스웨덴과 최하위를 놓고 다투게 된 단일팀은 1피리어드 6분21초 한수진(31)이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뽑아냈지만, 후반 체력전에서 밀리며 1-6으로 졌다.

모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진한 감정을 공유했다. 이어 링크를 한 바퀴 돌면서 그간 힘찬 응원을 보내준 관중에게 감사를 표했다.

벤치에서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머레이 감독도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했다. 뜨거운 눈물을 연신 훔쳐내며 남북 제자들을 끝까지 격려했다. 그리고는 27일간의 여정을 함께 한 북한 박철호 코치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박 코치의 눈가 역시 촉촉이 젖어있었다. 누구보다 힘든 여정을 마친 골리 신소정(28)은 조용히 벤치로 다가와 머레이 감독과 박철호 코치를 힘껏 껴안았다. 이때만큼은 남과 북의 경계가 보이지 않았다.

경기 직후 만난 머레이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부임 후) 4년간 모두가 열심히 뛰었고 희생했다”며 웃었다. 자신을 괴롭혔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묻자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정치적인 배경으로 단일팀이 결성됐지만, 우리는 팀으로선 하나였다”고 후련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시간이 지나며 우정을 쌓는 남북 선수들이 많아졌다. 선수들은 그들 사이에 놓인 장벽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꿈의 무대를 마친 우리 선수들도 패배의 아픔만큼이나 작별의 아쉬움이 벅차오르는 듯 보였다. 단일팀의 마지막 골을 기록한 한수진은 “북한 선수들 모두 활발하고 천진난만하다.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이들과 막상 헤어지려니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고, 신소정은 “처음에는 북한 선수들이 무섭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면서 금세 친해지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북한 선수들은 이날 역시 아무런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우리 선수들과는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면서도 아직은 취재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다만 경기 직후 우연히 만난 북한 기자를 통해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비록 졌지만 선수들 모두 잘하지 않았습니까.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훨씬 잘했을 겁니다.”

강릉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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