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거물’ 성추행 일파만파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19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왼쪽 사진).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한 여성이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 전 감독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 전 감독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성기 안마 논란에 대해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었다”며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지만 번번이 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 큰 죄를 짓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쁜 짓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기 지도를 하며 추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성추행이라 생각한 줄 몰랐지만 그렇게 여겼다면 사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연희단거리패 전 단원 김보리(가명) 씨가 최근 폭로한 두 차례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전 감독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 단원이 이 전 감독에게 2005년 성폭행을 당해 임신 중절 수술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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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는 이어졌다.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5년 연극 ‘떼도적’에 출연할 당시 “국립극단 예술감독이던 이 전 감독이 대사를 치게 하며 온몸을 만졌다. 제 사타구니에 손을 쑥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해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쳐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은 이 전 감독이 발성을 더 키워야 한다며 사타구니에 나무젓가락을 꽂고 버티게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1986년 창단돼 32년간 이 전 감독이 이끌어온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이날 해체됐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안마 논란을 알고 있었다”며 “그것이 성폭력이라고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대표는 “저희의 인식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단원들과 논의한 끝에 연희단거리패는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0스튜디오, 가마골소극장(부산 기장군) 등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밀양연극촌장인 하용부 인간문화재(63·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가 성폭행을 했다는 글도 이날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 전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김보리 씨는 2001년 하 촌장도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 촌장은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사실무근이다. 무고죄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남 밀양시는 이 전 감독이 2014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밀양연극촌의 무상 운영 계약을 이날 해지했다. 연극인들은 이 전 감독의 해명에 대해 ‘유체이탈화법’ ‘성범죄 사법처리의 한계를 계산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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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