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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승계 청탁은 없었다”… 이재용 2심과 판단 일치

입력 | 2018-02-14 03:00:00

[최순실 1심 징역 20년]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 씨가 13일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서울법원종합청사 대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정농단 사건 뇌물죄에 대한 최순실 씨(62·구속 기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2심 재판부의 판단과 큰 틀에서 일치했다. 두 재판부 모두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을 뇌물이 아니라고 봤고,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일부만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두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과 최 씨의 뇌물수수,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서 핵심 연결고리인 ‘대가’라고 특검이 주장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도, 묵시적으로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을 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 “이재용-박근혜 부정 청탁 없었다”

최 씨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범행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중대한 의미를 가지므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 대한 지원 요구와 대가관계 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16억2800만 원 후원을 최 씨가 받은 뇌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은 게 아니라서 ‘제3자 뇌물죄’가 적용돼야 하는데 그 전제가 되는 구체적인 부정 청탁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5일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승계 작업을 매개로 승마, 영재센터, 재단 지원을 한다는 묵시적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최 씨의 1심 재판부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2) 독일 승마훈련 지원을 위해 삼성이 제공한 36억여 원의 용역대금과 말 3필의 구매대금, 보험료 등을 뇌물로 봤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청탁이 필요 없는 ‘단순 뇌물죄’를 적용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뇌물을 받기로 공모한 것으로 봐야 하고, 삼성의 기업활동이 대통령의 광범위한 권한에 의해 대통령 직무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최 씨 모녀가 지원을 받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용역대금 36억여 원 및 말과 차량 사용 이익을 뇌물로 봤다. 반면 최 씨 1심 재판부는 말의 소유권이 실질적으로 최 씨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해 ‘용역대금 36억여 원+말 3필 및 보험료 36억여 원’(72억여 원)과 차량 4대 사용 이익을 뇌물로 봤다.또 최 씨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2심 재판부가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9·구속 기소) 업무수첩의 간접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 “박 전 대통령 1심 최순실보다 중형 예상”

최 씨 1심 재판부는 특검이 최 씨에게 적용한 18개의 혐의 중 11개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 씨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 안팎에서는 3월 중 예정된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에서 중형이 내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책무와 지위를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이 최 씨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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