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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0년 전 사건도 조사한다는 檢 과거사委, 뭐 하자는 건지

입력 | 2018-02-07 00:00:00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985년 김근태 고문 사건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12건을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에 들어갔다. 이 밖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과 PD수첩 사건(2008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2010년) 등 10건도 포함됐다. 작년 12월 출범한 과거사위는 위원장 김갑배 변호사 등 9명 중 5명이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으로 편향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선정된 사건 12건 중 4건은 5, 6공화국 당시 발생했다. 약촌오거리 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 등 2건만 김대중 정부 때 일어난 강력사건이다. 나머지 6건 중 5건은 이명박 정부 때, 김학의 차관 사건만 박근혜 정부 때다. 과거위의 선정 결과를 분석해 보면 결국 ‘보수우파 정권 흠집 내기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소지가 있다.


1980년대 발생한 김근태 고문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축소 은폐 등 대응 과정에서 검찰의 권력 굴종과 고문 방조 얼개가 드러났다. 과거사위가 30년 넘게 지난 두 사건을 다시 조사해 봐야 피해자나 책임자 사망으로 진상을 밝혀내는 성과를 내긴 힘들다. 영화로 상영돼 고문의 세세한 내용까지 많은 국민이 아는 사건에 힘을 뺄 필요가 있는가.

이보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례의 검찰판, 즉 약자가 누명을 쓰고 강자에겐 면죄부를 주는 사례들을 수집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약촌오거리 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사건은 초동수사를 경찰이 하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검증을 소홀히 한 것으로 사법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 김학의 수사는 봐주기 조사의 예다. 검찰이 철저하게 경위를 따져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끌어내야 한다.

광우병 쇠고기를 다룬 PD수첩 보도는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엇갈린다. 그러나 사실왜곡과 의도적인 편집의 문제를 다수의 언론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다. 대법원이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여론 형성이라는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감안한 것일 뿐이다. PD수첩 기소를 권력에 의한 언론 탄압에 포함시켜 ‘검찰 적폐’로 지목하고 조사 후 관련 검사들을 망신 주면 공연한 분란만 초래할 것이다.

과거사 청산의 참뜻은 권력자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데 있다. 법무 및 검찰의 고위책임자와 정권의 유착관계를 밝혀내고 그런 유착을 초래한 구조적 요인까지 감안해야 진상이 규명될 수 있다. 반민주·반인권적 검찰권 행사에 연루된 사람을 망신 주고 단죄하는 일회성 행사로는 검찰의 어두운 과거가 청산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