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클리닉 부실” 제보 잇달아 신경-정형외과, 응급실과 멀고 전자의무기록시스템도 호환 안돼 가건물에 설치, 혹한-폭설에 취약… 의료진 숙소도 타지역에 제공 서울대 자체비용 들여 근처로 옮겨
강원 강릉시 강릉선수촌 단지에 가건물로 설치된 폴리클리닉.
강릉선수촌 클리닉 관계자들은 클리닉 내 동선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밀접하게 움직여야 할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가 응급실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겨울올림픽 특성상 외상을 입는 선수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클리닉 내 응급실과 신경외과의 동선 사이에 대기 시간이 비교적 긴 치과 등 다른 과는 물론이고 외래환자 대기 공간까지 포진했다.
클리닉 개소 전 현장에 투입될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동선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구조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올림픽이 가까워지고 방문자가 많아지면 의료진이 응급환자를 보러 갈 때 일반 환자 사이를 뚫고 가야 하는 아주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시설도 부실하다. 선수촌은 대회가 끝난 뒤 분양될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에 식당과 우체국 등 편의시설 대부분이 올림픽 기간 중 가건물로 세워졌다. 환자들을 맞는 클리닉도 단지 중앙에 세워진 가건물로, 내부 공간도 대부분 가연성 자재로 이뤄졌다. 건물 보온도 잘 안 돼 개소 초반 내부 근무자들은 겨울점퍼를 입고 근무하는 등 추위와의 전쟁을 벌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조사를 나와 “‘서머 텐트(여름철용 텐트)’ 같다”는 지적을 한 뒤 열풍기 등이 보완됐다. 하지만 클리닉 지하에 있는 물리치료실 난방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환자들의 체온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온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클리닉 관계자는 “겨울올림픽인데 병원시설을 가건물로 만든 건 문제가 있다. 강추위가 오거나 폭설이 내릴 경우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초를 다투는 의료진의 숙소를 지나치게 먼 곳에 배정한 것도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많이 나온다. 조직위는 강릉선수촌 내 의료진에게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속초의 한 콘도를 숙소로 제공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상주하는 의료진이 숙소를 오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위급 상황 시 빠른 대처도 불가능하다. 의료진을 파견한 서울대 측은 자체 비용을 들여 클리닉과 10분 거리에 있는 숙소를 구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공정이 늦어져 완벽하게 서비스를 준비 못 한 부분이 있다. 미흡한 부분은 최대한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IOC에 따르면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참가 선수 2780명 중 391명(14%)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폴리클리닉을 찾았다. 같은 기간 질병으로 이곳을 찾은 선수도 249명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도 참가 선수의 약 11%가 부상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