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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종로 골목서 개고기 삶던 노숙인, 제지하던 공공근로자 흉기로 찔러

입력 | 2018-01-31 20:44:00


31일 오전 11시 25분경 서울 종로구 한 골목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노숙인 민모 씨(66)가 휴대용 버너로 드럼통에 담긴 고기를 삶고 있었다. 원래 크기의 3분의 1가량으로 잘린 드럼통에는 성인 손바닥만한 고기 예닐곱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버너 주변에는 된장과 풋고추 등이 놓여 있었다. 버너용 부탄가스통도 10개 정도 보였다.

인근을 청소하던 공공근로자 노모 씨(49)가 이를 보고 민 씨에게 “취사하면 안 되는 곳이다. 요리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 씨는 “참견하지 말라”며 계속 고기를 삶았다. 노 씨가 재차 고기 삶는 것을 뭐라 하자 민 씨는 길이 30㎝ 식칼을 갑자기 꺼내 휘둘렀다. 노 씨는 복부와 손목을 모두 네 차례 찔렸다. 같이 청소하던 이모 씨(52)가 민 씨의 팔을 꺾어 칼을 빼앗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 노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도 민 씨가 오후 3시경부터 같은 자리에서 고기를 삶자 노 씨가 7번 넘게 제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민 씨는 듣지 않고 4시간 동안 고기를 삶았다고 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살인미수 혐의로 민 씨를 체포했다.

민 씨가 삶던 고기는 개고기로 확인됐다. 경찰은 민 씨가 개고기를 어디서 구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야외에서,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개고기를 삶는 일은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도심 골목에서 요리를 한 것 자체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고기를 요리해 판매할 경우에는 위생법상 경범죄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본인이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경우에는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